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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최고비전제시책임자 CVO)의 이혼소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소송이다. 권 CVO와 부인 이 모씨의 이혼이 성립되고 재산분할이 확정하면 또 한명의 조(兆) 단위 현금부자가 탄생할 수 있다.
권 CVO의 부인 이 모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주식과 현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 CVO의 재산 대부분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100%)이다. 최초 이혼 소송이 시작한 2022년 11월 이 씨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절반을 요구했고, 일부는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을 받았다. 비상장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는 평가방법에 따라 5조~10조원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이 모씨가 절반 또는 이에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재산 분할에만 성공한다면 상당수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법원의 판결 ▲추후 이 씨가 지분을 확보하게 될 지 여부 ▲앞으로 재산분할을 통해 확보한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조단위 주식(또는 현금) 부자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국내 운용사들은 벌써부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후 이 모씨가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다면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거나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네트워크를 쌓아두겠단 복안이다.
운용사가 현금부자를 펀드의 출자자(LP)로 모시거나, 일부 자산을 일임해 운용하는 경우는 흔하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직접 모든 투자에 나서기 보다 자산을 관리해 줄 회사를 설립하거나, 운용사에 재산을 일부 맡기거나 출자하는 형태로 재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개인 또는 한 가문의 자산을 일임해 운용하거나 여러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투자와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것도 모두 패밀리오피스로 분류할 수 있다.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현금이 오가는 거래들의 뒷얘기는 개인의 성공신화와 앞으로 재산을 어떻게 굴릴지로 요약된다. 국내에서도 성공신화를 쓴 창업주가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해 운용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패밀리오피스 설립의 시초이다. 이 회장은 케이블TV 회사 딜라이브(옛 씨엔앰)을 매각해 1조원의 자금을 손에 쥔 이후 에이티넘을 설립 전문 투자자로 탈바꿈 했다.
한샘을 IMM PE에 매각하고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한 조창걸 창업자 역시 패밀리오피스 태재홀딩스를 설립하고 활발한 투자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사장 또한 지분을 롯데그룹에 매각하고 오피스를 설립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 화장품 브랜드 AHC를 유니레버에 매각한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손에 쥔 1조원대의 자금으로 패밀리오피스 스탠더스(옛 너브)를 설립해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씨디네트웍스를 매각한 고사무열 씨는 패밀리오피스 케이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고, 2009년 큐릭스를 매각한 원재연 가이저파트너스 회장도 신기사 제니타스를 운영중이다. 한섬을 매각한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한섬피앤디), 코웰이홀딩스 창업자 곽정환 회장(코웰파트너스)도 패밀리오피스를 운영중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패밀리오피스 시장은 태동기다보니 성공한 투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패밀리오피스는 이미 유럽에선 보편화한 형태이다. 최근엔 싱가포르가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부상하면서 현지 패밀리오피스 설립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선 산업의 변혁기를 맞아 가업승계를 꺼리는 가문이 늘어나고 있고, 막대한 상속세 등 제도적 걸림돌로 인해 가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이 과정에서 PEF 역할론이 대두하는 것과 별개로 창업주와 가문의 재산을 관리할 패밀리오피스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5월 07일 13: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