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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리츠에 투자할 경우 주주명부에 등재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사에 돈을 맡긴다(신탁)는 퇴직연금 취지상 개인 대신 증권사가 주주명부에 오른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로 인해 투자자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도, 안건에 찬반을 던지지도 못하는 것을 두고 의결권 행사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A리츠의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던 개인투자자 B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들어가려던 순간 주주명부에 이름이 없다며 가로막힌 것이다. 배당이 주기적으로 들어오고 있음에도 주주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IRP 계좌로 리츠 투자를 했기 때문이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IRP 계좌로 리츠에 투자할 경우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다. 일정한 목적에 따라 퇴직금을 금융사에 신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대신 주주로 등록된다. IRP로 리츠 주식을 사는 경우 주주명부에는 '00증권 신탁' 등으로 기재된다.
IRP는 이직·퇴직시 받은 퇴직금을 자유롭게 운용하여 향후 연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채권, 펀드 뿐 아니라 리츠도 투자 가능하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특정 안건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싶어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배당을 받는 실질적인 주주임에도 주주총회 안내 및 주주서한 등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RP는 고객과 증권사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계좌같은 거다. 계좌에 리츠 주식이 있고 배당이 들어오니까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증권사와 거래소 사이에는 마스터 계좌만 있는 셈이다"라며 "개인투자자는 실제 주주임에도 유령주주와 같아서 주주총회 참석장이나 주주서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증권사가 선관주의에 입각해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주주권을 대리 행사해야 한다.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주총 찬반을 결정하는 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신탁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보관·관리해야 하며 투자자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에선 가이드라인 미비 등의 이유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분쟁의 소지가 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RP 신탁 계좌와 관련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IRP로 리츠 투자가 가능해진 게 최근 몇년 사이다보니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라며 "아직까진 전반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잘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취합해 의결권 행사 시 반영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IRP를 포함하여 리츠의 주주총회 등 의결권 행사가 필요한 경우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여부 등을 취합해 전달한다고 알려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리츠에 투자하는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라며 "적극적으로 선관주의의 의무를 수행하든 개인의 의사를 의결권 행사에 반영하든 사내 가이드라인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IRP로 리츠 투자할 경우 주주명부에 안올라간다(?)
'00증권 신탁'으로 기재 돼…주주총회 입장도 불가
의결권 행사하고 싶은 투자자는 어떡하나…규정 보완해야
'00증권 신탁'으로 기재 돼…주주총회 입장도 불가
의결권 행사하고 싶은 투자자는 어떡하나…규정 보완해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5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