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중재 결론 앞둔 교보생명…신창재 회장은 판결 전 합의 나설까
입력 24.05.13 07:00
이르면 3분기 중 2차 중재 결론 날 듯
FI는 가격, 신창재 회장은 기속력 강조
FI 풋옵션 유효성 살아 있는 점은 변수
중재 확정 시 양측 운신의 폭 좁아져
신 회장 투자자 물색 가능성도 거론
  •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간 2차 중재 결과가 조만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1차 중재의 '기판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지만 FI에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을 완전히 절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차 중재 결과가 나면 신 회장이나 FI 모두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 신창재 회장이 절충점을 찾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에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신창재 회장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도 확보했다. IPO가 이뤄지지 않자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이듬해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투자원금(주당 24만5000원)에 수익을 더한 40만9000원을 매각가로 제시했다.

    2021년 중재 판정부는 신창재 회장의 풋옵션 이행 의무를 인정했다. 다만 신 회장이 별도의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FI가 원하는 금액으로는 풋옵션을 이행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FI로선 권리를 인정받았지만 실효적인 집행 방법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따랐다.

    교보생명 FI들은 2022년 초 실효적인 권리 행사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2차 중재에 들어갔다. 최근 영국에서 집중심리(히어링) 절차를 거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3분기 중 결론이 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FI는 풋옵션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행사 가격(FMV)이 얼마냐'를 계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창재 회장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라면 누가 제3의 평가자로 나설 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신창재 회장 측에선 1차 중재에서의 기판력을 강조하고 있다. 즉 1차에서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다시 이를 요청하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이다. 확정력을 가진 중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인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FI의 권리 행사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FI들이 원하는 회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갖기도 한다. FI들은 2018년 풋옵션 행사 당시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40만9000원의 행사 가격을 산정했다. 주가순자산가치(PBR), 주가수익비율(PER), 고유자산가액 등 3가지 평가법을 활용했다. 다만 지난 수년간 생명보험업 거래 배수나 실적은 둔화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교보생명의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어 과거의 평가 방법으로는 FI가 원하는 가격을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FI들은 중재 승산이 있다고 보는 상황이다. 풋옵션 권리는 유효하고, 가격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신창재 회장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2차 중재도 실효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이후 생명보험 업황이 부진하긴 하지만 실제 가치는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의 시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별도로 중재 절차를 밟고 있는 어펄마캐피탈(전 SC PE)의 행보도 참고가 될 만하다. 어펄마캐피탈은 2007년 주당 18만5000원에 교보생명에 투자했는데 마찬가지로 회수에 어려움을 겪자 중재에 나섰다. 1차에 이어 2차 중재 중인데 인도 계리법인을 통해 산정한 가격은 34만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풋옵션 행사 시점은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같은 2018년이다.

    교보생명은 기업가치를 가장 확실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상장(IPO)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다만 거래소는 대주주간 분쟁이 있는 경우 상장 심사를 깐깐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실효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2차 중재 결과에 따라 신창재 회장과 FI의 입지가 확실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2차 중재 결과가 나오면 신창재 회장은 물론 FI도 그 결과에 확실히 기속될 수밖에 없다. FI는 무리한 주장을 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편의를 봐줄 수 없다. 신 회장 역시 불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FI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돼 채무자로서 상법상 이자율 6%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신창재 회장은 1차 중재까지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쏠쏠한 성과를 냈지만, FI의 풋옵션이 유효하다는 점에선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협상의 여지가 있을 때 FI와 적정 선을 찾는 게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회장은 대형 증권사와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 입장에서도 중재 판결이 나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서로 절충점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물론 신창재 회장(주당 19만원)과 FI(주당 40만9000원)간 시각차를 어떻게 좁히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