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두고 네이버 압박한 日정부와 소뱅, 진짜 목적은 아시아 AI 패권
입력 24.05.14 15:16
라인-야후 합병 당시 경영권은 이미 日 측에 내준 상황
50% 초과 지분 실익 불투명…경영권보단 AI 견제 초점
日 민관 자체 AI 역량 확보에 사활…협력 대신 경쟁 무게
소뱅 지불 능력·동남아 라인플러스 영향에 쏠리는 관심
  •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보유 라인야후 지분 인수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미 5년 전 지배력을 넘겼던 만큼 일본 측 실익이 불투명하단 지적이 많다. 초점을 국가 차원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두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경영권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지역 AI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10일 네이버에 이어 한일 양국 정부도 재차 추가 입장을 밝히며 일본 라인야후 자본 재검토 문제가 외교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경영권 측면에서 자본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지만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지분 매각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하겠다고 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압박에 유감을 표명,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일견 일본 정부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선 고개를 갸웃한다. 지난 2019년 11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 합병을 합의한 뒤 사실상 경영권은 일본 측에 넘어간 상태여서다. 

    2021년 3월 라인야후 합병회사를 지배하는 합작사(JV) A홀딩스가 출범하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절반씩을 보유하는 현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이후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관계회사로, 소프트뱅크에 연결 자회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당시부터 라인야후는 이사회 과반을 일본인으로 구성해 핵심 서비스 정관부터 관리·운영 절차 모두 일본 법률을 따라 왔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잔여지분을 인수했을 때 실익이 불투명한 구조다. 이미 경영권을 쥐고 있으니 경영권 탈취라는 표현도 부적합하다. 합병에 대한 양사 계약서엔 '소프트뱅크가 완전 희석 기준으로 JV(A홀딩스) 의결권을 50% 이상 보유할 시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하는 데 양자가 동의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영권에 초점을 맞추면 50%를 초과하는 지분 취득은 불필요한 지출이 된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현지 기업 행보를 두고 새로운 접근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이 자국 AI 역량 확보에 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작년 5월 이후 자체 AI 인프라 구축 비전을 발표한 뒤 중장기 투자 계획을 속속 내놓는 중이다. 직접 조 단위 자본을 투입해 일본어에 특화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갖추고 생성 AI 서비스까지 내놓겠단 복안이다. 당연히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손뼉을 맞춰주기로 약속한 상태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충돌을 일으키는 지점도 여기에 있단 평이다. 현재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크게 자본력과 기술력, 정보력을 기반으로 펼쳐지고 있다. 수십조원을 들여 반도체를 사들이고 AI 서버를 구축해도 이를 학습시킬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지배구조대로면 라인야후가 보유한 일본과 동남아 시장 사회관계망·모빌리티·결제 정보 접근권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씩 나눠갖게 된다. 

    이미 알려져 있듯 일본 라인야후의 성공 배경엔 네이버의 기술적 뒷받침이 크게 작용했다. 네이버는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출발해 자체 AI 칩 설계까지 나아간 몇 없는 IT 플랫폼 중 하나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국가 AI 역량을 키우기로 맞손을 잡았다면 네이버와의 협력보단 견제가 더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가 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AI 산업 자체는 민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데, 아직은 국가 간 협력 모델도 없고 미국 외 국가들은 자국 기업부터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과거 메신저, SNS 시장에서 해외 빅테크에 영토를 내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라면 지금 자본 재검토 요청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로선 일본 민관의 공세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현재 투자가들은 소프트뱅크의 지불 능력부터 지분 변동 이후 네이버의 해외 확장 전략 영향 등을 따져보고 있다. 

    네이버 보유 지분에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치는 약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당장은 소프트뱅크에 그만한 여력이 없다는 추정이 우세하다. 현재 진행 중인 양사 협상에서도 소프트뱅크의 지불 능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네이버가 일본 라인플러스 사업권에 대한 보호막을 마련해두었느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의 동남아 시장 전초기지로 현재 라인야후의 100% 손자회사다. 동남아 라인 사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만 약 1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본사 인력이 주도했음에도 합병 이후 소프트뱅크 계열로 편입된 상태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AI를 놓고 보면 단순히 해외 사업장 가치 외에 AI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잠재 가치까지 반영해야 한다"라며 "아직은 거래 구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경우 제값을 못 받고 권리만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