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사 붙여줘도 연체율 관리 안돼"…지주사 원망 받는 신한카드·KB국민카드
입력 24.05.17 07:00|수정 24.05.17 11:15
취재노트
연체율 높아진 카드회사, 채권 추심도 난항
KB·신한금융, 추심사를 카드사에 편입했지만
가계부채 연체 시국에선 동력 상실했다는 평가
"재편 후에도 공무원 태도 일관" 내부 비판까지
  •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가 계열 카드사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등하면서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높아지자, 채권 추심 역량을 두고 내부에서 불만이 높아졌다.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는 효율적인 연체율 관리를 위해 채권 추심 회사(신용정보사)를 계열 카드사로 편입하는 조직 재편을 거쳤다. 그러나 당초 기대완 달리 카드사들이 연체율 관련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부실채권을 끝내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 처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지주 차원에선 오히려 자회사 편입이 실적 부진을 낳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카드사의 가장 큰 고민은 연체율 상승이다. 올해 1분기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56%로 전년 동기(1.37%)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고, KB국민카드도 1.31%를 기록하면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연체율 상승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차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된 영향이다. 이에 신한과 KB는 채권 회수력을 높여, 조금이나마 건전성 수치를 개선시키고자 했다. 추심 대행회사를 '수직계열화'한 것도 그 일환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2020년 신한카드에게 신한신용정보의 지분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7월 주식을 최종 양도했다. KB금융도 지난해 자회사 재편 작업을 마쳤다. 추심 대행사를 수직계열화할 경우, 카드사가 보유한 리테일과 인프라 역량을 활용해 추심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모두 올해 1분기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한지주 및 KB금융지주 내부에선 자회사 편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국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금융지주 특성상 롯데카드, BC카드처럼 강력한 추심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유지됐다. 수직계열화라는 번잡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직원들의 부서 이동 외엔 무슨 의미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지주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채권 추심 회사는 강경책을 동원하며 채무를 상환하도록 해야 하는데, 대형 금융지주 계열사는 당국 눈치 때문에 강력한 업무 행태를 보일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카드사 아래로 편입돼도 직원들이 공무원식 근무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카드사 실적 부진으로 지주 차원에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주 내부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에 중점을 두는 카드사로 편입된 것이 악수(惡手)가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채권 추심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평가에 연연하게 되면서, 성과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는 추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외부 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전담 부서 확대나 인사 직렬 개편, 성과연봉제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