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제안 몰려드는 현대글로비스…관건은 거래의 '명분'
입력 24.05.21 07:00
취재노트
최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터 해운사까지 제안
글로비스 관심 가질 만하지만 진행 여부 불투명
정의선 현대차 회장, 승계 활용 가능성 주목
  • 최근 M&A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언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회사는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에서도 인수 후보들 대부분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력 사업과 당장 연관은 없지만 ‘모빌리티’라는 큰 틀에선 접점이 있다. 인수후보들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묶어 현대글로비스에 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본업인 해운업에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이어진다. 최근엔 한 중량급 해운사의 지분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대체로 양질의 운송계약이 맺어져 있는 해운사들이 현대글로비스의 잠재 투자처로 언급되는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가 ‘정부의 과제’인 HMM을 뒤로 하고 다른 해운사를 살피긴 부담스럽다. 회사는 포스코그룹과 함께 가장 유력한 HMM 인수후보로 꼽혀 왔다. 해운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인수하고 HMM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이 낫지 않겠느냐는 때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수년간 현대차와 기아 호실적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6조5198억원, 영업이익 6621억원었는데 2021~2023년 영업이익은 각각 1조1262억원, 1조7985억원, 1조5540억원으로 개선됐다.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호황의 수혜를 입으며 살림이 풍족해졌다”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등 모빌리티와 신산업을 아우르는 투자 제안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작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입장에선 지배력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는 않다. 정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시공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 회장이 소수지분을 투자한 보스톤다이내믹스 역시 향후 투자 회수 압박이 큰 상황이다. GBC 건설 문제도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현대글로비스라는 점은 오래 전부터 나온 결론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 외에 소수지분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는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굳이 활용한다면 다른 계열사보다는 현대글로비스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원하는 모든 거래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상황이다. 보통의 계열사와 달리 그룹 총수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총수에 얼마만큼의 이익이 돌아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거래의 명분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나 현대글로비스는 총수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애 거래를 진행할 경우 현대차 기획조정실의 의사 결정도 거쳐야 한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관련 거래는 정의선 회장은 물론 주요 계열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