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앤리치 잡아라' 은행들, 초고액자산가로 활로 모색...PB 영입경쟁 '치열'
입력 24.05.21 07:00
시중은행, 씨티은행 출신 PB 잇딴 영입
초고액자산가 잡기 위해 인력 경쟁 치열
영앤리치 위주로 타겟팅…새 수익원 창출
  • 홍콩ELS(주식연계증권), 금리 인하 등으로 은행권의 수익창출 우려가 깊어지면서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상품 판매가 제한되면서 은행권 WM(자산관리) 부서의 활로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는 시중은행들은 주요 부촌에 새로운 지점을 내는 한편, PB 인력 영입 등을 통해 고액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특히 젊은 자산가 집단인 ‘영앤리치’를 모시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KB골드앤와이즈더프스트 2호점에 씨티은행, KB증권 출신의 권은숙 팀장을 영입했다. 지난달 말 반포동 원베일리에 개소한 해당 지점은 고액자산가 전담 관리센터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PB(프라이빗뱅커) 출신인 정은영 상무를 지점장으로 앉힌 바 있다. 하반기 도곡동에도 3호점을 열고 추가적인 PB 영입 등 지점을 꾸릴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투체어스’라는 초고액자산가 특화 점포를 열었다. PB서비스로 유명한 씨티은행 출신 인력을 13명 영입했다. 2026년까지 해당 브랜드 점포를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부산지역에 자산관리 특화센터인 ‘NH All100자문센터’ 2호점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고액자산가 자산관리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시중은행들이 속속 해당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과거 씨티은행은 1980년대 국내에 개인자산관리(PB)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뒤 꾸준히 해당 시장 강자로 꼽혀왔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지난 2017년 ‘클럽원’이라는 PB센터를 열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PB 시장은 전문 인력이 오랜 기간 쌓아온 고객 네트워크가 가장 큰 자산인 만큼 후발주자들은 인력 영입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소매금융 서비스를 종료한 데 따라 우리은행을 비롯 시중은행들은 씨티은행 출신 PB 인력을 대거 영입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시중은행들이 그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주요 부촌에 꾸며놓은 지점들을 통해 초고액자산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의 고액자산가 시장이 언뜻 보면 따라잡기 어려워 보이지만 인력 영입 등을 통해 전행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면 성과가 날 수밖에 없다”라며 “갈수록 은행간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고객층으로는 ‘영앤리치’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사나 외국계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시중은행들은 과거부터 한 곳과 거래해오던 고액자산가들보다는 최근 부를 축적한 ‘젊은 자산가’들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SNS(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나 젊은 연예인, 골프선수 등 예체능 분야에서 유명한 인물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위해 은행들도 ‘MZ세대’ 위주의 PB 인력을 뽑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2년부터 젊은 고액자산가들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90년대생 대리급 직원을 포함한 젊은 PB를 선발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차세대PB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30대 직원을 선발해 젊은 PB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다만 젊은 자산가를 확보하기 위한 PB 시장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어 차별화 요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영앤리치들은 한번 인연을 맺은 PB와 오랜 관계를 이어가는 ‘전통 자산가’들과는 달리 정보력이나 상품군에 따라 이동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로열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앤리치' 대상 사업은 기존 고객 유지는 물론,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한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요즘 수익률이 괜찮은 벤처투자(VC) 딜이나 부동산 투자 건의 경우 운동선수나 젊은 연예인 등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라며 “다만 금융지식이 많지 않거나 예민한 성향이 많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