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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투자 유치가 좀처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 납부와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 공동매각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투자 유치를 두고 모녀 측(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형제 측(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약품 대표)측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등 봉합되지 않는 가족 간 갈등에 투자자들은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래’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이달 초 기한이던 약 700억원 규모의 4차 상속세분을 납부하지 못했다. 국세청과의 협의에 따라 납부 기한을 일부 연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늦어도 올해 내에는 해답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는 지금까지 총 5400억원의 상속세 중 절반가량을 납부했다. 연부연납·연대납부 형태인 가운데 형제들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이 대출담보로 잡혀있는 만큼 남은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은 지분 매각이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3월 주총 전부터 '1조원 투자 유치'를 언급해온 점도 결국 지분매각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여전한 내부 갈등 기류와, 지분 매각을 두고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가 거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사모펀드(PEF)업계에서 “한미 측이랑 얘기 안 한 곳이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한미약품그룹 투자 검토에 나선 상태다. KKR, 베인캐피탈, 칼라일 등 글로벌 PEF 뿐 아니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핫’한 거래에 자주 등장하는 메리츠증권도 투자 검토에 나섰으나 마땅한 투자 조건 협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PEF인 EQT파트너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50% 이상을 약 1조원에 인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임종윤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EQT 파트너스라는 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 자금조달은 고려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지분매각은 말도 안 된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상속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형제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글로벌 PEF관계자는 “PE 입장에서는 결국 경영권을 가져와야 하는데 오너일가 의견이 모두 다를뿐더러 현재 경영권을 가진 형제 측도 경영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어 투자 검토를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투자를 검토했던, 혹은 검토하는 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답이 없는 거래’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내놓을 생각이 크게 없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경영권 바이아웃(buyout) 거래를 주로 하는 PEF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획득 없는 소수지분 투자 매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계속되는 가족 간 불화설에 투자자들은 투자를 한다면 잠재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오너 일가 전체 지분을 사들이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이 더욱 더디게 나오는 분위기다.
투자를 검토했던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송영숙 회장 등 오너일가가 굉장히 깐깐한 투자 조건을 제시했는데, 최대한 조건을 맞췄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막판에 거래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며 “송영숙 회장이 가족 간의 화합을 원하는 듯했지만, 이후 갈등이 더 드러나는 등 한미그룹 투자는 오너일가 속내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거래”라고 말했다.
오너 일가의 내부 갈등도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표대결에 승리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에서 해임되며 오너가 갈등이 재점화됐다. 상속세 납부를 둘러싸고 가족 간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로가 지분매각을 두고 ‘동상이몽’인 점도 걸림돌이다. 형제 측(28.4%) 지분은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4%) 지분을 합쳐도 40.8%로 과반에 못 미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50% 이상으로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인수를 위한 안전 지분을 인수하려면 현재 모녀 측, 형제 측, 신동국 회장까지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직에서 해임된 송영숙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잃은 만큼 마지막 보루인 지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신동국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비싸게 지분을 매입해 줄 투자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도 이들을 설득하기도 어렵고, 모두와 동일한 조건으로 딜을 진행하기도 어렵다는 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모녀 측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형제 측과 지분 매각에 대한 합의도 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한쪽만 설득에 실패해도 딜 성사가 어려워 정말 클로징이 될 때까지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투자자들 계속 거론되지만 '답 없는 거래' 평
모녀·형제·신동국 측 모두 만족시키는 조건 어려워
가족 간 의견 합의도 아직… 올해 내에는 매듭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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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5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