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획검사 확대 전망…신탁사들 "PF지원책에서 소외될까" 우려도
입력 24.05.24 07:00
신탁사 2곳 검사에서 불건전 행위 다수 발견
차입형 토지신탁 문제 위주로 검사
14개 신탁사로 검사 확대 전망
일부 신탁사 "위법 여부 가릴 내용도 금감원이 발표" 주장
"부정적 여론 부담, 정책 소외 될까" 우려도
  • 금융감독원이 기획 검사 대상을 14곳에 달하는 국내 모든 신탁사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미 일부 신탁사에 6월부터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전달했는데 검사를 앞둔 신탁사들은 업무를 점검하는 등 내부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감원이 기획 검사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지난 2월부터 실시한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의 검사에서 대주주‧계열회사 등과 관련한 불법‧불건전 행위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초 금감원은 검사 일정을 약 4주로 계획했으나 2주를 연장했고, 이 과정에선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문제를 위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대상을 확대할 경우 개별 신탁사에서 직원 개개인의 불법‧불건전 행위가 다수 적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감원 검사에선 직원들이 ▲본인 소유 개인법인 등을 통해 시행사 등에 사금융알선 및 고리의 이자 편취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 등을 적발한 바 있다.

    사실 신탁사들 입장에서도 일부 직원들의 불법‧불건전 행위 적발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탁사 한 관계자는 "내부 감사를 해도 회사가 직원 개개인의 잘못을 모두 찾아낼 수는 없다"며 "금감원의 고강도 신탁사 검사는 사실상 처음이다 보니 이번 기회로 시장 정화 작용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금감원이 신탁사 2곳 임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불법 행위인지 여부를 가릴 사안임에도 검사 내용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는 건 부담스럽단 목소리도 있다. 발표된 일부 행위들에 대해선 소명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불법‧불건전 행위들과 함께 나열돼 난처하단 의견도 있었다.

    다른 신탁사 관계자는 "검사 당시 지도사항이 아니었던 내용이나 위법 여부를 가려야 할 사안도 금감원이 함께 발표했다"며 "소명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미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신탁사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신탁사를 향해 유례없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신탁업계에선 정부의 'PF 연착륙 정책'과 같은 지원책에서 신탁사들이 자칫 제외될까 우려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제껏 정부의 PF 관련 정책에서 신탁사는 제외돼있었다. 정부가 모든 신탁사에 칼끝을 겨누고 있는 시점에선, 특히 책준형 상품 비중이 큰 신탁사와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비(非)금융지주 계열 신탁사 등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탁사와 PF 대주단과 갈등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단일 사업장에서 대주단이 시공사의 책임준공기한은 연장하면서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기한은 연장하지 않는 '기이한' 구조도 늘어났다. 시공사가 제때 완공하지 못한 사업장에 신탁사가 추가로 조달한 사업비의 회수 순위를 두고 대주단과 소송도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와 제2금융권이 무너지는 건 파급력이 크지만 신탁사는 상대적으로 시장에 미칠 여파가 적다"며 "모두 살릴 수 없으니 여파가 적은 곳 위주로 손 볼 가능성이 크고 그 대상은 신탁사와 시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