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달러에서 '투자·회수' 기회 찾는 PEF 운용사들
입력 24.05.24 07:00
취재노트
  • 미화(달러)의 강세, 원화의 약세가 지속하는 상황은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 기회가 된다. 환율의 변동만으로도 기준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운용사, 특히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운용사들은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청신호가 켜졌다. 2~3년 전, 1달러 당 원화 환율이 1000~1100원이던 시절에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기업가치의 변동이 없어도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환율이 1300~1400원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인 야놀자 투자자들의 수익은 환율 효과로 인해 극대화 할 가능성이 높다. 야놀자는 2015년 최초로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2021년엔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신규자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프트뱅크에 지분을 매각하며 큰 차익을 봤는데,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운용사(스카이레이크PE 등)도 있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또한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올해 하반기 나스닥 IPO를 준비중이다. 코스톤아시아는 지난 2021년 큐텐이 큐익스프레스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당시 코스톤은 미화로 투자를 진행했는데, 상장이 성공하면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근엔 스틱인베스트먼트도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의 지분을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DR)로 바꿔 매각할 계획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내 PEF 운용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최근의 환율 추이는 국내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계 운용사들, 즉 달러로 조성된 펀드를 보유한 PE들에 절호의 투자 기회로 작용한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투자는 침체 장기화에 빠진 국내 기업 M&A 분야보단 부동산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외국계 운용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한국 시장 투자를 늘려가는 곳 중 하나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Inc),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글로벌 최상위권 운용사들도 다시금 한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최정상급 대체투자 운용사 아레스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 Corp)도 최근 대체투자 시장 등장이 잦아진 모양새다. 중국계 자금이 모태인 거캐피탈(Gaw Capital) 또한 투자처 물색에 한창이다. 미국계 대체투자운용사 안젤로고든(Angelo Grodon)도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등과 협업하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레이징 부담이 비교적 덜한 외국계 운용사들은 한국 매물에 투자한 이후, 환율이 2020년대 초반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 한국 부동산PF 시장에 팽배한 불안감에 국내 기관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상황은 외국계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작용한다.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한국의 공실없는 오피스들은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율을 기대할 수 있는 매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