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 나가면 어떡하지"…'더에셋' 매각 세입자 변수
입력 24.05.28 07:00
삼성화재 본사 사옥 '더에셋', 내달 중후반 본입찰 예정
현금 두둑한 SI 찾는 운용사…"에쿼티 4~5000억 모아야 하는 상황"
세입자인 삼성화재 사용기간이 변수…"SI가 사옥으로 쓸 수 있어야"
  • 올해 가장 큰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딜인 '더 에셋 타워'의 매각 변수로 현 임차인인 삼성화재가 거론되고 있다. 서소문 빌딩의 리모델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며, 현 계약기간인 2026년 이후에도 계속 임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각 측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매수인으로 유치하고 싶어하는데, 통상 이런 원매자들은 오피스 실수요자라 인수 직후 건물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런 미스매치로 인해 SI 구하기가 만만치 않단 관측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 본사인 '더 에셋 타워' 매각과 관련 투자제안서(IM)가 지난주 배포됐다. 매각자인 코람코자산신탁과 자문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세빌스코리아는 내달 중후반으로 본입찰 날짜를 고르고 있다. 6~7곳에 달하는 대형운용사들이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몸값이 조단위 예상되는 만큼 원매자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금이 두둑한 전략적 투자자(SI)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최소 4~5000억원의 에쿼티를 모아야 할 것으로 예상돼, 오피스를 실제 사용할 기업과 접점을 찾는 분위기다. 현대차, 쿠팡, 넥슨 정도가 거론된다. 

    운용사들이 부지런히 기업들에 문을 두드리고는 있지만 SI 유치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막상 현금이 많다고 알려진 기업들을 찾아가 보니 에쿼티 수천억은 부담스럽다고 하거나, 필요한 오피스 면적이 예상보다 작아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입찰을 앞두고 더 에셋을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삼성화재가 오피스를 비워주지 않을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화재는 현 사옥 임대차 계약이 2026년에 끝나는 상황이다. 이후 2026년 리모델링 완료 예정인 서소문 빌딩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서소문빌딩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부동산업계에선 삼성화재가 임대차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서소문빌딩으로 이전할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었지만 최근 기류는 바뀐 것으로 안다. 삼성화재가 옮기지 않는다면 사옥이 필요한 기업들은 매수에 뛰어들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매각 측은 임대차 계약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삼성화재 임대차 세부 내용을 모르는 원매자 입장에서 '삼성화재는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SI를 유치하기 어렵다. 삼성화재가 필요시 임대차 계약을 일정기간 연장하는 옵션을 보유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현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 내용은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어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 시점에서는 '임차인 변수'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번 입찰의 핵심은 삼성화재와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화재와 임대차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SI를 설득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관건이란 설명이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더 에셋은 몸값이 1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SI 없이 거래에 뛰어들긴 어렵다"라며 "삼성화재와 관계를 잘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가진 운용사가 거래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