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꺼낸 'PF 손실 면책론'의 실효성은?
입력 24.06.03 07:00
취재노트
  •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공동대출 형태로 마련된 금융권의 자금이 개별 PF사업장에 흘러들어가게끔 하는 것이다. 부실화한 사업장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 빠르게 정리하고 살릴 수 있는 사업장엔 신규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정부의 대책이 지난해부터 쏟아진 PF정상화 방안들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점은 금융기관들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단 계획이 담겼단 것이다. ▲신규자금이 투입된 사업장은 평가기준을 완화해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재구조화 대출에 취급기준을 완화하거나(상호금융)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완화하고(저축은행) ▲PF대출에 한해 NCR 위험값을 완화(금융투자업권)하겠단 내용 등이다.

    특히 PF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단 내용이 가장 눈에 띈다. PF사업장을 매각하거나, 추후 신디케이트론을 지원해 손실이 발생해도 면책하겠단 내용이 핵심이다.

    일단 금융기관들은 분주하다. 모든 금융회사들은 7월 초까지 PF사업장들의 사업성 평가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PF사업장은 전국적으로 약 5000여곳에 이른다. 규모는 약 230조원 수준이다. PF사업장 평가 기준은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등 4단계로 세분화 하는데, 금융당국은 전체의 2~3% 사업장이 최하등급인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150곳 이상의 사업장이 경매 또는 공매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란 의미와도 같다.

    사실 정부가 PF 투자 손실에 대한 면책을 언급한 현 시점이 금융기관 PF담당자들에겐 부실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정부가 임직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단 발표가 실제 금융기관들의 인사 평가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투자 손실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성과평가지표(KPI)엔 수익률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어떤 투자(출자 또는 대출 등)를 통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거뒀고, 이 과정에서 기관의 외형이 얼만큼 성장했느냐도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개별 '투자건'에 대한 대규모 손실 처리가 이뤄졌음에도 담당 임직원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 부실을 재빠르게 떨어내야 한다는 정부의 위기감엔 공감이 간다. 다만 부실 PF사업장에 투자한 기관들의 자금이 '과연 업황부진으로 묶이게 된 것인지', 아니면 '기관의 부실한 심사' 또는 '관행처럼 이어온 업태'로 인한 것인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PF부실과 손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은 일부의 모럴헤저드를 덮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은행과 보험사가 조성한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최대 5조원의 신규자금을 PF 사업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시중은행들은 PF출자에 대한 부담으로 진짜 돈을 벌 수 있는 '대체투자'를 줄이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정부의  인센티브가 아니더라도 돈이 될 법한 사업장엔 이미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 정책적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자칫 금융기관들의 '무리한' 또는 '부실한' 투자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