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銀, 해묵은 '복합점포' 재도입…실적 고육지책?
입력 24.06.04 07:00
국민은행, 역삼동 복합점포 개소
신한은행은 증권사와 WM 맞손
부족한 먹거리에 상품구색 필요성
고객 위험노출 등 부작용은 여전히 우려
  •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위주로 은행과 비은행을 통합한 '복합점포' 재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은행권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은행 개발 상품만으로는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복합점포의 의도가 결국 '은행 고객'에게 '증권 상품'을 노출시키는 구조인데다, 라임사태 등 복합점포로 인해 은행이 고객 신뢰를 잃었던 게 불과 3년전의 일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실효성은 물론, 고객 보호 등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KB라이프 타워에 'KB 골드앤와이즈 역삼 PB센터'와 'KB 스타 WM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개점했다. 해당 지점은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산관리센터다. KB증권과 KB라이프생명 PB(프라이빗뱅커)와 스타웰스매니저가 은행과 증권의 PB서비스와 함께 생명보험 상품 청약,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역시 복합점포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시동을 걸고 있다. WM(자산관리)부문에서 신한투자증권과 매트릭스체계를 도입하고, 7월 신한투자증권이 이사하는 여의도 새 오피스에 함께 둥지를 튼다. 올해 강남 자산관리 센터의 문을 열며 PB와 IB(투자은행)을 결합한 PIB모델을 정립한 바 있다. 

    은행권 복합점포는 지난 2010년대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꾸준히 도입했다가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위주로 증권사나 보험사와 연계한 고객서비스를 고안해왔지만 포화상태에 이르며 사실상 정체를 맞게 됐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보험상품 판매가 자유롭지 않은 등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그랬던 복합점포가 다시 도입되고 있는 건 최근 홍콩ELS 사태가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 내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이 강화되면서 상품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판매자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며,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PB 위주로 WM이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나 보험사의 연계의 필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은행 실적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복합점포 기반의 자산관리서비스로 단기 성과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가계대출이나 기업대출 등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장기적으로 예대마진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해외사업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성장 궤도에 오르려면 추가 투입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자산관리 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이 곧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의 임기 연장과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PB사업 관계자는 “은행들은 그동안 전행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어느정도 거느냐의 차이였을 뿐 오랜기간 복합점포 운영방침을 유지해왔다”라며 “은행은 신탁상품 형태로 팔아야 하는 등 상품판매에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 증권이나 보험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과거 은행권 복합점포가 라임사태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며 부각됐던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지난 2020년 '라임 사태' 당시 신한은행 고객들이 신한투자증권과의 복합점포에서 해당 상품을 접한 게 크게 이슈화하기도 했다. 은행 고객이 증권 상품에 노출되며 고객 성향 이상의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은행간 차별화 포인트도 구축해야 한다. 고급 인테리어를 갖추고 증권사나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등 천편일률적인 복합점포로 이미 은행권은 한 차례 포화상태를 겪은 바 있다. 비용은 투입됐지만 그닥 차별화 포인트가 없었던 과거와 달리 개별 고액자산가의 니즈를 충족하는 맞춤형 자산관리를 지향하는 등 은행별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은행권 자산관리서비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초고액자산가들이 가업승계나 절세 등 콕 집어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젊은 고액자산가의 경우 여러 PB센터를 두고 경쟁을 시킨 후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하는 등 깐깐한 편이다. 복합점포가 이러한 니즈들을 맞춰주는 방식으로 전략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실적 관리를 위해 꼽은 묘수가 '도로 복합점포'라는 점은 안타깝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 개발능력과 소싱(sourcing) 역량 제고 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 치중한 의사결정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 부서를 강화하겠다는 리스크 대책 역시 최근 수년 사이 무수히 발생한 금융사고에서 보이듯 지금의 기대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ㆍ증권 중심 복합점포는 2018년 크게 유행했는데, 점포 운영비 절약 외엔 큰 시너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다 라임사태 이후 추진력을 잃었다"며 "주식연계증권(ELS) 사태 등 금융사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복합점포를 다시 성장 카드로 제시하는 상황이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