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銀, 삼성 모니모와 협업? 비은행 계열사들 '우린 어쩌라고'
입력 24.06.07 07:00
취재노트
KB금융, 비용부담 고스란히
비은행 계열사들 삼성과 경쟁 우려
지주 차원의 이해관계 부합 '의문'
  • KB국민은행이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협업키로 했다. 대대적으로 행사도 열었다. 경쟁사간 협업을 두고 ‘굳이(?)’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두 그룹은 카드ㆍ생명보험ㆍ손해보험ㆍ증권ㆍ운용 등 은행을 제외한 '모든' 사업영역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KB금융 내부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삼성 금융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삼성으로서는 경쟁력을 잃어가던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플랫폼인 ‘모니모’에 KB국민은행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생기는 이득이 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을 제외한 KB지주 비은행 계열사들 입장에서 보자면 은행이 '조강지처' 놔두고 다른 식구를 데려오는 모양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는 지난 4일 KB국민은행과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첫 협업 케이스는 모니모 회원 전용의 입출금통장이다. 추가 협업도 준비 중이다. 삼성금융과 국민은행 제휴통장으로 보험료나 카드결제대금을 자동이체하거나, 앱을 자주 방문하는 경우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등의 혜택이 언급된다. 더불어 해당 통장의 기본 금리도 시중 입출금 통장과 차별적인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얼핏 보면 은행이 없는 삼성금융사와 국민은행간 ‘윈윈’(Win-Win) 전략으로 읽힐 수 있다. 삼성은 삼성금융사 회원수가 3300만명에 달하지만 모니모 사용자수는 10%에도 못미치는 300만명(월간활성이용자수 기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앱을 출범했지만, 각 계열사 앱을 합쳐 놓은 수준이고, 통합앱만의 장점을 찾기 힘들다는 비판이 작지 않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삼성그룹 차원의 컨설팅이 이어졌고, 그에 대한 결과물로 나온 것이 은행과의 협업이다. 토스 등 경쟁자들은 인터넷은행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삼성금융사는 은행이 없다는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국민은행의 기대감은 이번 제휴를 통해 삼성금융사가 보유한 우량 고객들을 자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삼성금융사는 부유층을 중심으로한 우수 고객을 가장 많이 확보한 금융사로 꼽힌다. WM을 강화하려는 국민은행 입장에선 삼성금융사의 고객군이 탐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은행권에선 '과연 국민은행이 기대한 대로 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삼성금융사는 입찰제안서를 배포해 경쟁 입찰 방식으로 협업할 은행을 선정했는데, 입찰에 참여한 곳은 국민은행ㆍ하나은행ㆍIBK은행 세 곳에 그쳤다. IBK는 이렇다할 비은행 계열사가 마땅치 않고, 하나은행도 증권을 제외한 카드나 보험사의 포션이 크지 않다

    국민은행 경쟁사인 신한은행은 아예 입찰에 참여치 않았다. 삼성금융사와의 협업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은행들이 다른 대기업 계열과 손잡아서 이렇다할 소득을 거둔 사례도 드물다. 일례로 네이버 등 IT 기업과 손잡은 곳들도 그닥 결과가 신통치 않다. 시중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금리 혜택 등 들어가는 비용은 크지만,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출금 계좌중에서 가장 수익성이 안 좋은 계좌가 IT 기업들과 제휴 맺은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KB금융 입장에서 삼성생명, 화재 등 삼성금융사들은 산하 계열사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거나 업계 1위의 회사들이다. KB금융도 은행 고객을 기반으로 확장해 나가는 모델인데, 은행이 삼성과 협업한다면 비은행 계열사들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KB금융 내부에서는 "은행만 좋자고 나선 거래에 다른 계열사들은 오히려 고객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KB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단순히 은행뿐 아니라 전 계열사에 파급효과가 있는 제휴인데, 고민이 충분치 않았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혜택은 삼성 금융사가 더 커 보이는데 비용부담은 오히려 KB국민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도 논란거리다.

    삼성금융사와 협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더불어 앞으로 고객유치에 드는 비용 대부분을 KB국민은행이 짊어지게 된다. 당장 모니모 고객에게 제공하는 우대 금리가 고스란히 은행 비용이다. '삼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리 때문에 철저하게 따져보지 않고 제휴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KB금융은 과거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인수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실무진 차원에서의 교감이 상당부분 오갔지만, 최대주주 법률 이슈 등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당시의 KB금융은 보험 부문은 물론, 카드와 증권 부문도 경쟁력이 지금 같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와서 '과거의 인수 대상'과 협업하는 게 무슨 시너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삼성이라고 하면 여전히 금융권에선 동경의 대상이긴 하다"라며 "이번 사업이 삼성과 함께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KB가 손에 쥐는 것이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제휴는 주식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고심하던 KB가 처음 내놓은 '방향성'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협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은행의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으로 요약된다. 이것이 향후 KB금융지주의 방향성이라면?  비은행 역량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 9년의 의미 역시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