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제회 본감사 종료…자산평가·운용사 기준 들여다봤다
입력 24.06.07 07:00
지난달 31일 종료…현재는 의견수렴 단계
공정가치평가 여부 검증에 주력했단 평
일부 공제회는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검증도
업계 긴장감 최고조…서로 입조심하며 '쉬쉬'
  • 감사원의 주요 연기금·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실지감사가 종료됐다. 본감사격인 이번 실지감사에서 감사원은 자산가치평가법과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1년을 넘게 끌어 온 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단 평가다.

    6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LP)를 대상으로 한 대체투자 실지감사가 종료됐다. 감사원은 현재 피감기관들로부터 서면 등을 통해 감사 관련 의견을 듣는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의견수렴을 거쳐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상 기관에 감사결과를 시행하면 감사 절차가 마무리된다.

    감사원은 이미 예비감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상당 부분 확인한 데 더해 문제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한 검토도 진행해, 실지감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감사원은 11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20영업일만에 마쳤다.

    감사원은 자산가치평가법과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프로젝트, 또는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편입한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다.

    현재 국내 공제회들은 대체투자 자산 가치를 평가할 때 장부가평가와 공정가치평가, 크게 두 가지 평가법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장부가평가는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한 원가평가이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기 전 까지는 부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공정가치평가는 현재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자산 가치를 측정하는 평가법이다.

    이번 감사 자체가 해외 상업용부동산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됐기에, 현재 공제회 등이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공제회를 대상으로는 그 이유를, 진행하고 있는 공제회를 대상으로는 평가주기 등을 검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대체투자 관련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도 검증 요소 중 하나였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는 일부 중·소형 공제회를 대상으로만 검증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업력이 오래되고 운용규모(AUM)가 큰 공제회의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가 정교하게 갖춰져 있지만, 규모가 작은 공제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 감사원이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실지감사를 진행하며 공제회별로 방문했던 시간이 모두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3~4일 내외였지만, 이보다 더 길게 머물렀던 공제회도 있었던 반면 일부 공제회에는 반나절 정도만 머무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감사원이 문제시하는 공제회가 따로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지감사가 끝난 공제회의 긴장감은 최고조다. 실제로 예비감사때는 공제회끼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실지감사에 들어서면서는 서로 입조심하며 '쉬쉬'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년을 넘게 끌어 온 대체투자 감사가 올 상반기 전에 마무리됐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평가다. 하반기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경우 오는 10월 감사원의 정기 기관감사도 앞두고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통상 신규 국회가 개원한 뒤 첫 국정감사가 가장 바쁘다"며 "의원실별 요청 자료도 많고, 검증 범위도 넓고 촘촘해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