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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신도시 국책사업인 네옴 프로젝트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 수주, 특히 중동 수주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만회하려고 한 건설업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이르면 이번 주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식을 최대 200억달러(약 27조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 보도했다. 아람코는 시총 약 2600조원의 세계 최대 석유 회사로 사우디 정부가 지분 82% 이상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 주식 매각 대금으로 네옴 등 국가 프로젝트에 투자할 전망이다.
네옴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압박을 단기적으로는 완화할 것으로 보이나, 프로젝트 자체의 성사 여부를 두고 우려는 여전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야 하지만 사우디 정부의 재정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선제 투자하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의 현금 보유액은 작년 9월 150억달러로 2022년 말 500억달러 대비 70% 줄었다.
네옴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비가 1조달러(약 1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 44배 규모(약 2만6500㎢)로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길이 170㎞의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세부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평가되는 더 라인은 목표가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길이는 기존 170km에서 2.4km로, 수용 인구 목표는 150만명에서 30만명 이하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더 라인의 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700조원)다.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에서 진행하던 사업비 2조원 규모의 담수화 플랜트 개발 사업은 취소됐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네옴 프로젝트 축소 의혹을 반박했지만, 실제로 무산된 사업장이 나오자 우려가 커졌다. 총사업비가 기존 계획 대비 3배 더 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를 해외 실적으로 만회하려던 건설업계도 난감해진 상황이다. 국내 건설사의 중동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네옴 프로젝트 축소는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 수주액은 98억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74.2%를 차지했다.
해외 수주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올해 1~2월 해외 수주액은 2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어들었다.
당초 정부와 건설업계는 네옴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수주를 기대했으나, 삼성물산·현대건설이 공동으로 수주한 더 라인 지하터널 사업 이후 추가 수주는 없었다. 양사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가 수주가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은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국내 기관 및 기업과 290억달러(약 40조) 규모의 업무협약(MOU) 26개를 체결했다. 상당수가 네옴 프로젝트 관련 사업이었으나, MOU 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금액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현대건설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옴 프로젝트 외에도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이 많아서 사업 규모는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네옴 전체 라인 중 히든 마리나 구간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해당 구간 밑에 터널 인프라 구간과 빌딩 지하구조물 등 사업은 입찰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40조 MOU, 실계약 이어질지 미지수
"입찰 이어지나…사업 규모 축소 불가피"
"입찰 이어지나…사업 규모 축소 불가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5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