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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의 경제를 표현하는 단어는 '5저(低)'였다. 저환율·저물가·저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낮은 주가와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이 최근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로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 환율과 금리가 반전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물가와 경제 성장이 가시화하면서 일본 경제에 다시금 활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증시인 닛케이 지수는 올해 3월 역사상 처음으로 4만포인트(pt)를 돌파했다. 지난달부터 강력한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지수의 상승 곡선은 뚜렷하다.
지수의 상승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오랜 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내수 활성화의 기반이 됐고, 특히 수출 기반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렸다.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으로 중국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배당을 강화하고,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가동한 점도 증시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글로벌 행동주의펀드들이 일본 기업들을 적극 공략하면서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린 점도 증시 상승의 원인중 하나다.
거버넌스 리서치 업체 딜리전스 마켓 인텔리전스(Diligent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2019년 68건이었던 일본의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은 지난해 10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역시 행동주의 활동이 8건에서 77건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건수로보면 행동주의 활동이 일본에서 가장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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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뿐 아니라 다수의 일본 경제지표에서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달러당 엔화의 환율은 올해 150엔을 넘어섰고,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한 종목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사상최대치(143.5엔)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2.6%, GDP성장률 1.9%, 설비투자증가율 3.4% 등 2000년 이후 가장 긍정적인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동경사무소에서 작성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물가 동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확인하면서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 여부에 대해 고심중"이라며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 시기는 대체로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일본 기업들의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 토요타(TOYOTA)는 지난해 영업이익 5조3529억엔(약 47조원)을 기록하며 일본 기업 최초로 영업이익 5조엔을 돌파했다. 엔저효과, 친환경차량 전환 속도의 둔화 등으로 토요타의 대표모델 하이브리드차량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이로 인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일본이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 대만의 TSMC 등이 일본에 공장과 연구소를 신설했고, 일본기업들이 본토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도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중 하나인 미국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은 최근 4300억엔(약 3조7500억원) 규모의 일본 투자 펀드를 신설했다. 대기업의 포트폴리오 조정, 경영자인수(MBO), 사업 승계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칼라일이 조성한 펀드는 일본에 특정해 투자하는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칼라일은 한국에서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아시아 펀드를 통해서만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니케이 지수 사상 최대치, 가파른 우상향 곡선
밸류업 프로그램에 행동주의까지 가세
환율·물가·금리·성장률·주가지수 등 전환점
토요타 등 일본 대표기업들 역대급 실적
칼라일, 사상 최대 일본 투자 펀드 결성
밸류업 프로그램에 행동주의까지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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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5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