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2차 프리IPO 마케팅 시동…기존 투자자들은 일단 관망
입력 24.06.10 07:00
최근 국내외 기관투자가·PEF 접촉 시작
캐즘·미국 대선·기존 익스포저 등 변수
좋은 조건은 기존 투자자에도 적용해야
기존 투자사와 손잡자니 걸림돌은 같아
  • SK온의 2차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 작업이 점차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기존 투자자들은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어수선한 SK그룹 사정, 한계에 다른 SK그룹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등을 감안하면 다시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엿보인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 측은 최근 들어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기관투자가 등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리IPO 참여 의향을 묻고 있다. 투자유치 규모는 1조~2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며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 등 투자은행(IB)이 주관을 맡고 있다.

    SK온은 2021년말부터 프리IPO를 추진했다. 2022년 12월 8243억원, 작년 3월과 6월 각각 3756억원과 1조6093억원을 조달하며 첫 프리IPO를 마무리했다. 당초 30조~40조원으로 거론된 기업가치는 22조원 수준으로 줄었고 투자자에 대한 보장 수익률은 처음 5.5%에서 7.5%로 높아졌다. 상장 기한도 앞당겼다.

    기업가치나 투자 일정 등이 당초 계획과 달라지다 보니 회사의 유동성 상황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웠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긴축 분위기가 이어지고,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까지 겹쳐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설비투자(Capex) 자금을 부담하기 쉽지 않았다. 두 번째 프리IPO에 나선 배경이다.

    SK온과 주관사가 나서 국내외 PEF와 대형 기관투자가(LP) 등을 찾아 프리IPO 관련 설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반색하는 반응은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다. SK그룹 차원에서 힘을 주겠다는 신호를 계속 주고 있지만 단기간에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세기의 이혼소송 등 최근 그룹 수뇌부의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한 대형 LP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올해는 SK그룹 익스포저를 늘리지 않기로 했고, 특히 프리IPO처럼 위험성 높은 투자는 검토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SK그룹도 우리 기관이 SK 관련 거래는 검토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기관투자가 외 금융지주 계열 금융사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SK그룹의 투자 행보를 따라 여러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온 터라 익스포저가 목전에 찼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여력을 모아 SK온을 지원했던 곳들도 추가 투자는 어렵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해외 시장의 변수도 많다. SK온의 유럽 공장 가동률은 바닥을 기고 있고,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라는 대형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시사해 왔다. SK온 등이 받아 온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실적 개선은 늦어지고 기업공개(IPO)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SK온 측과 만난 한 국내 대형 LP 관계자는 “SK온 측은 앞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라며 “미국 대선 등 변수도 많은 터라 아직 투자 방침을 정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은 원화 투자자에 불리하다. 원화를 비싼 달러로 바꿔 투자했다가 나중에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손에 쥘 것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주로 해외 투자자를 초빙하는 그림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기존 외화 투자자 중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곳이 없지 않다.

    이번 프리IPO는 1차 투자자들의 존재도 부담이다. SK온은 1차 프리IPO 협상이 장기화하며 투자자에 후한 조건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투자자를 들일 때 이전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그 조건을 기존 투자자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합의도 맺었다. 새 투자자를 들이려면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 경우 부담이 배가되는 셈이다.

    1차 프리IPO 참여를 검토했던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새 투자자를 초빙하려면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 경우 기존 투자자에까지 혜택을 줘야 하기 때문에 SK온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1차 프리IPO와 다시 손을 잡는 편이 편할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도 2차 프리IPO에 썩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