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돌입한 시프트업, 한 풀 꺾인 공모주 열기가 변수
입력 24.06.11 07:00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흥행 기반 기관 대상 NDR
수요예측 분위기 양호…"마지막날까지 가봐야 알아"
영업이익률 높아도 외사로만 구성한 피어 의문 여전
"수요예측 저조 사례 나와…IPO 호황 저무나 촉각"
  • 올 상반기 마지막 조(兆) 단위 대어 공모주인 시프트업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 가운데, 일단 투자업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공모주 기대수익률이 최근 들어 한 풀 꺾인데다, 일부 공모주가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조심스러워하는 목소리도 관측된다. 실제로 시프트업이 자기보다 10배 이상 큰 해외 유명 기업 위주로 피어그룹을 구성해 공모가를 산정한 데 부담을 느끼는 기관들의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시프트업은 지난 3일부터 국내외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착수했다. 오는 27일까지 이뤄질 수요예측을 통해 다음달 1일 공모가를 확정할 전망이다. 시프트업이 제시한 희망공모가액은 4만7000~6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 JP모간, NH투자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이며 신한투자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시프트업의 기관 수요예측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가 흥행한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공모가 산정 당시 스텔라 블레이드 실적은 제외, '데스티니 차일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실적 정도만 반영했다. 지난해 기준 니케릁 통해 창출한 매출액은 전체의 97% 수준이다. 이에 스텔라 블레이드 실적까지 반영될 경우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시프트업은 기관들 대상으로 NDR도 돌고 있는데 신작인 스텔라 블레이드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기업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콘솔 게임과 모바일 게임 모두 갖추고 있고 성과가 좋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주식 수가 낮은 부분도 거론된다. 시프트업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총 공모 주식수는 725만주로 100% 신주 발행 예정이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인 텐센트 지분은 신주 발행 이후에도 78%이며 해당 주식들은 6개월 락업(의무보유 확약)이 걸려있다. 발행될 신주 포함 상장 후 유통 주식 수는 18%에 불과할 전망이다.

    다만 최근 IPO 시장 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IPO 이후 코스닥 시장 상장에 나섰던 기업들조차도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좋은 실적을 거둬왔다. 공모물량이 많았던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 600대 1 이하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발행사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그리드위즈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12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요예측 마감 직전 상당수 기관들이 수요예측 참여 의사를 철회하는 모습이 관측된 것이다. 그간 공모물량을 많이 배정받기 위해 '무작정' 높은 가격, 많은 수량을 써내왔던 기관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 역시 기관들의 태도 변화가 공모주 시장의 구조적인 것인지, 해당 기업만의 이벤트인지 기민하게 살피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비이성적으로 나오면서 공모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가야 한다는 푸념이 적지 않게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올해 들어 수요예측을 힘겹게 진행했던 발행사가 전무했는데 이런 종목이 나타났다는 것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며 "기관들이 해당 종목을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여부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발행사를 선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기 대문이다. 무조건 상장이 잘 되기만 하는 그런 국면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관들 사이에선 시프트업의 밸류에이션(가격산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교기업(피어그룹)을 외사로만 선정한 까닭에서다. 시프트업은 스퀘어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3곳의 일본 기업을 피어그룹에 포함시켰다. 모두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고, 자산총액 역시 시프트업보다 10~20배 이상 크다. 시프트업은 이들의 주가순이익비율(PER) 평균치(33배)를 12개월 당기순이익에 부여, 최대 6만원이라는 공모가를 산정한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교가 가능한 상장 기업이 없을 경우이더라도 가장 유사한 국내 기업 하나를 꼽고 나머지를  해외 기업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밸류 논란이 있었던 HD현대마린솔루션도 그랬다"라며 "물론 시프트업의 영업이익률이 높긴 하지만 국내에 유사한 게임 제작사가 여럿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해외사로만 구성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 게임사로는 크래프톤(PER 18배), 엔씨소프트(27배) 등이 있다. 코로나 이후 게임 수요가 일부 감소하면서 게임 산업이 성장 둔화기에 접어들었다는 세간의 평가가 짙었다. 그 와중 실적이 견조한 크래프톤의 주가가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다만 이마저도 공모가(49만80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아직 수요예측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분위기를 정확하게 감지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지금으로선 밸류를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 운용역이 적지 않다"며 "예컨데 스퀘어에닉스는 최신작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여 적자를 냈음에도 여전히 차기작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력과 개발력이 있지만, 시프트업 규모의 기업은 차기작 하나가 삐끗하면 바로 생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