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삼성 저격수' 국토위로…보좌관 거취에 달린 삼성생명법?
입력 24.06.11 07:00
野 정준호, 삼성생명법 발의 예고에도
상임위 배정은 정무위 아닌 국토위로
정무위와 의기투합해야…김현정 등 거론
삼성생명법 이끈 보좌관 거취에도 '눈길'
  • 21대 국회 박용진 의원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신(新) '삼성 저격수'로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졌던 정준호 의원이 국토교통위원회로 배정됐다. 정 의원은 일찌감치 '삼성생명법' 발의를 예고한 바 있어, 이번 국토위 배정을 두고 법안 통과의 동력이 약화됐단 평가가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 회기 중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당초 정 의원이 정무위에 배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지역 현안 관리를 이유로 최종적으로 국토위에 배정됐다.

    삼성생명법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 주식 보유한도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현재 총자산 대비 3%로 제한하고 있는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 자산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8.51%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 시가 기준 37조원에 달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4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로 처분해야 한다.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데,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 자체가 흔들리게 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법은 지난 십 수년간 늘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지난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을 주도했던 박용진 의원이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하며 폐기수순을 밟는 듯 했지만, 정준호 의원이 다시 한번 입법을 예고하며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다. 이종걸, 박용진, 이용우 의원실에서 삼성생명법 발의를 이끌었던 김성영 보좌관이 정 의원실에 새롭게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현재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보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삼성생명법은 '통과되면 삼성전자의 주식이 대거 풀려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에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 의원이 국토위에 배정받으면서, 법안 통과 동력이 약화됐단 평가다. 법안 자체는 소속 상임위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발의할 수 있지만, 소관 상임위 소속이 아니면 향후 법안소위 등 논의과정을 챙기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로 박용진 의원이 정무위 소속이던 지난 2022년 삼성생명법은 발의 후 처음으로 법안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그 후 2023년 6월 박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한 차례도 정무위 내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해선 정 의원이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야당 정무위 의원들 중에선 김현정 의원 정도가 거론된다. 금융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BC카드 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등을 역임한 김 의원은 현재 유일한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보좌관의 향후 거취에 따라 정무위에서 삼성생명법이 발의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김 보좌관은 정 의원이 국토위에 배정받은 뒤 정무위 소속 새로운 의원실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자리를 옮기진 않았지만, '정무위 통'으로 평가받는 김 보좌관이 향후에라도 정무위 의원실로 소속을 옮길 수 있단 설명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특정 상임위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강점을 쌓아 온 보좌진의 경우, 의원이 아닌 상임위를 따라 자리를 옮기는 일이 허다하다"며 "이런 보좌진은 상임위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의원들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인사이기에 쉽게 쉽게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