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무산, 부산 이전도 흔들…2년간 벽을 마주했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입력 24.06.12 07:00
취재노트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과 강석훈 회장의 역할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연임의 기로에 섰다. 11일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 회장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행보가 '부산행'이 유일한 까닭이다.

    친박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강 회장은 대선 경선때 '원희룡 캠프'에서 정책실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자 선대위 비서실 소속으로 적을 옮겼다. 산은 본사 이전은 당시 비서실에 있던 박성훈 부산시 경제특보가 꺼낸 대선 공약이다. 이를 눈여겨봤던 강석훈 정책실장이 윤 후보에게 안건을 제출했고 인가를 받아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그는 윤 대통령의 '정책통'으로 인정받게 됐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내부에선 핵심 인사들마저 "금융을 지역에 흩뿌리는 건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행보"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윤석열 후보의 의지가 강했기에 공약으로 최종 채택될 수 있었다.

    올해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으로 득세하면서, 강 회장의 부산행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에 대한 추진 동력을 상실했고, 박홍배 의원 등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부산 이전 반대를 강력하게 요구한 노조 측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본사 이전은 정부의 국책과제로서 대통령이 수차례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다", "명분도 없이 반대한다", "어떤 민주당 의원은 부산 이전 명분에는 찬성하지만 당론 때문에 어렵다고 하더라"…이날 강 회장은 작심한 것처럼 부산 이전에 대해 타협할 수 없단 의지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주 비판 대상은 야당 의원들이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산업은행 회장의 말보다는 정치인의 말처럼 들렸다. "부산지역을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말에 대해 어느 (민주당) 의원도 그 명제와 대의에 대해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던 대목이 대표적이다. 

    강 회장은 통합 한국산업은행 출범 이후 첫 정치인 출신 회장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다만 HMM 및 KDB생명 매각 무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지연 등 여러 사태를 겪으면서 입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에선 산업은행이 회사측의 '맹탕 자구안'에 끌려다니며 주채권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강한 어조로 원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었던 유력 경제인이었지만 국책은행장으로서는 역할의 한계를 자각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강석훈 회장이 '2년간 벽을 느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어찌됐든 산은 본사 이전은 강 회장의 기여도가 있으면서, 정부가 밀고 있는 핵심 부ㆍ울ㆍ경 정책일 것이다. 강 회장이 정부의 과업을 달성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도 해석된다. 산업은행 구성원 대다수의 반대에도 부산시 지역구 정치인과 부산상공회의소를 수차례 만나 스킨십을 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날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는 본사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의 시위가 계속됐다. 여담이지만, 강 회장은 지난 총선 당시 여당에서 경북의 한 지역구 출마설이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