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CB 규제'...블록딜 사전공시 앞두고 벌써 '우회로 나올 것'
입력 24.06.14 07:00
블록딜 의무 사전공시 제도 한달 앞둬
기업들 블록딜 수요 봇물 '1호 피하자'
전환사채 규제 도입 직전과 양상 비슷
  • 블록딜(Block Deal) 사전공시 규제 실시를 앞두고 이전 전환사채(CB) 규제 당시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규제 전 수요가 폭증하고, 규제 후엔 또 다시 우회방안이 나오며 규제 전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단 기업들은 규제 후 '1호' 사례만은 피하자는 모양새다. 급한 기업들은 한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물량을 쏟아내고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법률의 허점을 찾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에너지솔루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조만간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블록딜이 나올 수 있다는 추론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주가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불안감의 배경에는 곧 시행을 앞둔 블록딜 사전공시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해당 제도는 한달 후 시행될 예정으로, 상장사 임원이나 지분율 10% 이상인 주요 주주가 발행주식 수 1% 이상을 거래하는 경우 가격이나 수량, 기간 등을 블록딜 시행 시점부터 최소 30~90일 이전까지 공시해야 한다.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발빠르게 블록딜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해당 제도 이후 첫 블록딜 사례로 꼽히기에는 기업의 부담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공시 이후 주가가 하락할 여지가 있는 데다, 발행사로서도 새로운 공시 업무를 맡아야 하는 실무진들의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확실히 블록딜수가 급격히 늘었다”라며 “제도 시행 전에 블록딜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시행 전 블록딜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은행(IB) 실무진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는 과거 전환사채(CB) 제도 변경 시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말 CB 전환가액의 상향 조정을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규제 도입 전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쏟아진 바 있다. 통상 CB 발행시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되는데, 주식이 반등하면 다시 상향 조정하도록 제도가 변경됐다. 이에 CB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제도 변경 전 CB 발행에 열을 올렸다. 

    다만 이 같은 CB 관련 규제 강화에도 기업들의 ‘꼼수’ 사례가 유지되면서 금융당국은 다시 규제를 손보기로 했다. 블록딜 사전공시 제도 역시 ‘허울’뿐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칫 투입비용이나 시간 대비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기업들은 우회로를 검토하고 있다.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통한 유동화나,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파생거래로 사실상 지분을 매각한 효과를 내는 거래들이 공시 의무에 포함되는지 법무법인 및 증권사와 함께 검토에 들어간 상장사가 없지 않다는 전언이다. 

    최대 90일전 공시가 가능한만큼, 일단 매각 공시 후 단기적인 충격이 소화되고 나면 천천히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1%, 50억원 미만의 거래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한 자금이 아닐 경우 기관들을 모아 클럽딜(club-deal;공동투자) 방식으로 소규모 분할 매각을 하는 것 역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아주 단기로 보면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있겠지만, 블록딜 등 내부 정보를 먼저 얻는다고 해서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투자 과정에서 이득을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장기 투자로 우상향할 종목 위주로 투자한다면 블록딜 여부와 관계 없이 투자 이득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