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사 중 유일하게 '고가 매각'된 초록뱀미디어…숨은 가치 있었나
입력 24.06.14 07:00
취재노트
초록뱀미디어 인수전, 큐캐피탈 '용감한 배팅'으로 마무리국면
스튜디오드래곤ㆍSLL중앙 등 대장주 부진에도 흥행 성공
순자산가치 3000억원대 중반…큐캐피탈 고평가 이유는 부동산?
바이아웃 과정서 LPㆍ잠재적 인수자들 설득할 수 있을까
  • '나의 해방일지',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등 유명 드라마를 제작한 국내 콘텐츠 회사 초록뱀미디어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된다. 역대 K-콘텐츠 매물 중 손꼽히는 인수가격이 나왔는데 최근 시가총액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콘텐츠 대장주'인 CJ 스튜디오드래곤, SLL중앙 등의 부진 속에서 기록한 흥행이라 투자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경영권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 39.33%를 약 1500억~2000억원 수준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비싸게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계산해도 지분 100% 기준으로 회사 값어치를 '5000억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회사의 매출액이 850억원 수준. 또 이익은 커녕 연간 220억원 적자(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이 겨우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초록뱀미디어보다 매출은 10배 가까이 많고, 당기순이익이 600억원이 넘는데도 이 정도 평가 밖에 못 받는다. 결국? 회사 규모나 시장점유율을 감안해도 "초록뱀미디어가 스튜디오드래곤보다 더 좋은 회사다"라고 인수자가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 된다.

    시장에서는 큐캐피탈의 과감한 인수를 두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당초 예비입찰 단계에서 투자업계에서는 매도자 측이 제시한 2000억원을 두고 "택도 없다"는 말도 나왔다. 큐캐피탈의 인수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주관사 측에서도 '큐캐피탈이 1000억원대 초반은 부르겠느냐'며 반신반의했던 분위기가 전해진다. 

    초록뱀미디어의 엣지는 분명히 있다. 과거 드라마 '올인'부터 시작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최근 '펜트하우스' 시리즈까지 굵직한 히트작을 다수 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 4년 연속 순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정지 직전 시총은 1321억원(주당 5400원)에 불과했다. 2023년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래정지 사유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시총은 2500억원 이하였다. 

    동종업계에 대한 가치평가도 좋은 편이 아니다. 1위인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10만원대에서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간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눈물의 여왕' 등 흥행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하는 게 고질적인 병폐다.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순손실 167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도 지속하고 있다.

    수익성 부재는 업계 전반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작업에 착수한 SLL중앙도 실적 문제로 상장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SLL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약 4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영화 '범죄도시3' 가 다시 1000만 관객을 끌어모으고 흥행을 했지만 회사를 적자의 늪에서 건져내지는 못했다.

    콘텐츠 제작사 투자에 참여했던 PEF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지적한다. "콘텐츠는 PD나 작가, 배우의 것이지 회사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없다" "콘텐츠 제작사는 그냥 중간자적 역할, 즉 유통 회사나 다름없는 신세이기 때문에 밸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

    금융 시장 반응도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초록뱀미디어는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고, 시총도 높지 않기 때문에 인수금융 LTV(담보인정비율)도 낮게 점쳐진다. 인수자의 자본 납입금이 높을 수밖에 없는 위험성 높은 구조다.  

    이러다보니 초록뱀 인수전 매각의 흥행이 계속 회자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KG그룹-캑터스PE 컨소시엄, 배우 이정재가 대주주로 있는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 등도 참여했다. 이들 사이에선 인수 대금 1800억원이 마지노선이라는 인식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 초록뱀미디어의 '숨겨진 가치'는 무엇일까. 

    큐캐피탈 측이 평가한 초록뱀의 순자산가치는 3000억원대 중반이라고 알려진다. 하지만 정작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회사들의 지분들에 1000억원 가량 값어치를 부여했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ㆍ장윤정 등이 소속된 자회사 티엔엔터테인먼트, 후라이드참잘하는집ㆍ세상의모든아침 등 F&B 사업부문 등이 있는데 이들이 이만한 가격이 될지는 미지수. 부산 해운대의 LCT 전망대(랜드마크타워)에만 800억원 수준의 값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체 동이 아니라 3개 층에 그치는데 이를 800억원이라고 볼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따져보면 보유한 부동산을 전부 매각하더라도,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떨어지는 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B 시장 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하이브 사태로 인력에 좌우되는 엔터회사의 성장성 한계도 보여줬다. 

    어쨌든 판단은 인수자의 몫이다. 나머지는 펀드 투자자(LP)들, 나아가 미래의 인수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여부다. 어쨌든 이번 거래로 인해 다음 컨텐츠 매물에 대한 값어치 평가가 달라질지가 관심사다. 시장에선 KH그룹의 IHQ, 오케스트라PE가 보유하고 있는 비전홀딩스, 오리온그룹의 쇼박스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이들도 시장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던 상황이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록뱀은 독립계 제작사라 CJ 스튜디오드래곤, SLL중앙처럼 콘텐츠를 다작해도 방영해줄 대형 채널을 찾기 쉽지 않다"며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1500~1600억원 정도의 밸류가 적당하다고 봤는데, 큐캐피탈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의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