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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회계법인에 이어 삼일회계법인도 딜 자문 분야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년이 넘게 이어지는 보릿고개에 ‘장사’는 없었다. 조직을 쪼개기도 붙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을 바꾸는 방법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재무자문 중심으로 시작된 변화는 회계법인 전체의 세대교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급들 나이가 3~4년 젊어지면서 시니어 파트너 적체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4일 삼일회계법인은 파트너 총회를 열고 신임 파트너 27명과 주요 보직 파트너를 임명했다. 감사부문 대표에는 홍준기 파트너, 딜부문 대표는 민준선 파트너를 선임했다. 금융 산업에 전문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금융부문 대표를 신설하고 이승호 파트너를 선임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홍준기 감사부문 대표와 민준선 딜 부문 대표 모두 70년대 생이란 점이다. 홍 대표는 1971년 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에서 첨단기술, 미디어, 통신산업 리더를 역임한 바 있다. 특히 해외상장서비스팀을 이끌면서 쿠팡 상장 등 신사업 개척에 선봉에 선 바 있다. 감사부문 대표이지만 IPO 등 딜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 대표는 1971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포스코,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기업 인수 및 매각자문을 담당했다. 민 대표는 젊은 파트너를 대표하는 인물로 삼일에서 이전부터 손 꼽히는 인물이었다. 결국 재무자문 대표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딜 부문 무게 중심이 젊은 파트너들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77년생인 김이동 대표를 재무자문 대표로 올리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파격적인 교체로 받아들였지만, 삼일마저 70년대생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회계법인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안착하고 있다.
안진과 한영회계법인은 CEO가 70년대 전후로 이미 70년대생이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공서열을 따지던 삼일, 삼정회계법인마저 변화에 동참한 셈이다.
이들이 이런 변화를 택한 가장 큰 요인으론 딜 가뭄과 회계법인 전반적인 수익 저하가 꼽힌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높아진 금리에 2022년을 기점으로 회계법인 딜 자문 업무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다 감사업무는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서 회계법인 자체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당연히 미래 성장 동력은 자문분야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삼일을 비롯한 회계법인들은 조직개편 등을 통해서 활로를 모색했다. 조직 슬림화, 세분화 등 변화를 오고 갔지만 결국 사람을 교체하는 방법에서 답을 찾은 셈이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새롭게 대표에 오른 인물들도 면면이 살펴보면 자문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인물들이 발탁됐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시장 탓을 하더라도 실적이 꺾이는 상황에서 결국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은 셈이 됐다”라며 “회계법인이 결국 사람장사라는 점에서 사람을 바꾸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현재의 어려움이 극복될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남아있다. 대표급들을 70년대생으로 전면 포진했지만, 여전히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 파트너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각자 역할에 따라 일부는 지원부서로 배치되긴 했지만, 명확하게 ‘롤’이 없는 시니어 파트너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파트너 구조인 회계법인의 특성에 기인한다. 파트너들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CEO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시니어 파트너들의 거취를 ‘이래라 저래라’ 하기 힘든 구조다. 세대교체가 작년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당장 시니어 파트너 문제가 수면위로 불거지진 않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문제도 회계법인이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실적저하가 뚜렷해지면서 파트너 승진자수도 줄어들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2022년 44명, 2023년 34명, 2024년 27명의 파트너를 배출했다. 젊은 직원들 입장에선 파트너 되기는 점점 ‘바늘 구멍’이 된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른 회계법인 파트너는 “3~4년 정도 대표급 나이가 젊어진 만큼 시니어 파트너들도 쌓이는 구조다”라며 “파트너 승진자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직원들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해 신임파트너 27명에 불과
딜 가뭄 속 실적저하, 신임 파트너는 줄고
시니어파트너는 그대로
세대교체 단행했지만 세대갈등 문제 커질수도
딜 가뭄 속 실적저하, 신임 파트너는 줄고
시니어파트너는 그대로
세대교체 단행했지만 세대갈등 문제 커질수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6월 14일 15: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