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4조 조달하는 현대차…신흥시장 집중 투자에 증시는 '화색'
입력 24.06.17 11:50
"IPO 서류 제출…최종 상장여부 향후 결정"
인도시장 '제2의 거점' 굳히기…주가 신고가
총선 정치리스크 해소 시점…"타이밍 본 듯"
  •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시 상장을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 본격 절차에 착수했다. 총선에서의 아쉬운 결과에도 불구, 모디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도 연속성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며 현대차 역시 상장 시점을 확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금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에 추가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인도 시장을 한국 시장에 이은 제2의 생산 및 판매 거점으로 삼아 성장 가능성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증시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7일 현대차는 인도증권시장에 현대차 인도법인을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상황 또는 사전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은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직접 지휘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가 SEBI에 제출한 신청서엔 모회사인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 중 최대 1억4200만주, 전체 지분의 17.5%를 매각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IPO를 통해 현대차는 최대 30억달러(약 4조167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인도 생산시설, 판매망 등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인도 내수시장 판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장 소식이 전해지며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4% 넘게 오른 28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장중엔 28만50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상장을 통해 신흥 시장인 인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일단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일 오전 현대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5%대 급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현대차는 인도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76만5786대를 판매, 전년 대비 9% 늘어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내수 판매량(60만2111대) 또한 같은 기간 9% 늘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4~2025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내수판매 목표를 61만4000대 이상으로 잡는 등 인도 시장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그간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의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는 정치 리스크였다. 6월 초에 진행된 총선 결과에 따라 인도 모디 총리의 국정 장악력에 변화가 일 가능성이 점쳐졌다. 모디 총리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을 기반으로 해외기업의 제조공장 유치를 우선시해온 인물로, 현대차 또한 해당 정책을 기반으로 인도에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치뤄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예상보다 적은 의석을 얻으면서 인도 증시는 6% 가까이 폭락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상장 추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모디 총리의 3기 내각 인선에서 BJP 소속 인사들이 다수 부처 장관을 유임, 기존 정책이 연속성을 가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 안도하는 분위기가 짙은 상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인도 사회에서 모디 총리의 정책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태라서, 정책의 일관성은 지속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정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시에 상장하면, 다른 국내 기업들 또한 인도 증시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초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제프리스는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이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한 10조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탈중국 기조에 따른 유동성이 인도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인도 증시 상장에 관심을 가질 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라며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인도 상장 관련 TF를 따로 두고 직접 담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