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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안게 됐다. 에어인천은 짧은 업력과 부족한 재무 여력 때문에 매각 절차 내내 '언더독' 취급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대형 경쟁사의 출범을 부담스러워하는 대한항공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사업 인수자의 재무 안정성을 강조해 온 유럽연합 경쟁당국(EC)이 이번 결정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후 미국의 심사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17일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안을 최종 승인하고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에어인천 측이 지불할 인수 대금은 약 4500억원 수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47등 화물기 11대와 미주ㆍ유럽 화물터미널 임차계약 등이 거래 대상이다. 우선협상기한은 내달 15일이며, 매각 절차는 오는 10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매각 준비부터 인수자 결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유럽과 미국 경쟁당국까지 사공이 많고 이해관계가 다양하다 보니 단계마다 의사를 결정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중에서도 국토부와 EC가 가장 큰 키를 쥔 양상이었는데 일부 해외성 자금과 투자자들은 국토부 눈치에 발을 빼기도 했다.
EC는 화물사업 인수자가 대한항공의 유의미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느냐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새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본입찰에 참여한 3사를 대상으로 인수금융 구조와 인수 이후 영업비용 조달 계획 등의 재무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에어인천은 밸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었다.
이에 에어인천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소시어스PE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손을 잡으면서 자금력을 보충하긴 했지만 경쟁사 대비 사업 규모가 작았고, 작년에도 손실을 내며 자본잠식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와 에어프레미아 대주주 JC파트너스 측도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식했을 뿐, 에어인천을 크게 의식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이니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했다.
대한항공이 에어인천을 강하게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주관사는 잠재적인 '큰손 고객'인 MBK파트너스나 VIG파트너스 쪽을 원했지만 대한항공의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국적 항공사 통합은 '아시아나항공 살리기'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보다 '경쟁자 줄이기'에 더 집중했다. 화물사업 매각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사업을 받아간 '2위 항공사'에 힘이 실리는 것은 원치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총 매출은 평균 2조원대, 글로벌 국제선 화물에서 아시아나가 담당하는 화물 비중도 20%에 달한다. 누가 인수하든 2위 사업자가 된다. 입찰에 참여한 이스타항공의 경우 화물 사업을 한 적이 없다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세계 최대 화물 항공사 '아틀라스에어'와 사업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대한항공 입장에선 미국 화물 노선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유력 후보인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불참을 두고 대한항공 내부에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5년이 지나도 화주 네트워크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대한항공의 유력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어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대한항공과 EC가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에어인천은 국내 위주로 자금을 모았고, 화물운송 노하우가 있으며, 사업 확장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아직 장기적인 사업 체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EC가 이를 다시 지적하면 거래가 다시 뒤로 밀리거나, 새로운 투자자들을 더 보강해야 할 수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에어인천 투자 기회가 있을까 살피는 모습이다.
EC의 기류는 미국 법무부(DOJ)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참 EC가 국적항공기 통합 '절대 불가'를 외칠 때는 DOJ도 엄격한 시각을 견지했지만, EC가 조건부 승인을 내린 후에는 다소 분위기가 누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EC에서 절차가 덜컥하면 DOJ의 시각도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 예정 기한 안에 화물사업부 이관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합병 성사를 낙관하기 어렵다. DOJ가 향후 2~3개월 안에 소송전을 택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미국 역시 화물 부문 경쟁 제한 등을 문제삼아 EC에 준하는 강한 시정 조치를 추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대한항공은 앞으로의 승인 과정을 이전보다는 낙관하는 분위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어떤 출혈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었는데, 최근엔 더 이상의 양보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요구한 모든 걸 다 해 왔다"며 아시아나 화물 매각 및 일부 장거리 여객 노선 조정 외에 더 이상의 양보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에어인천, 아시아나 화물 인수…'언더독의 반란' 평가
EC는 보다 강력한 재무 역량 가진 후보 원했었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선 경쟁 부담 덜한 2위 사업자 선택
EC가 수긍할지, 미국 판단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EC는 보다 강력한 재무 역량 가진 후보 원했었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선 경쟁 부담 덜한 2위 사업자 선택
EC가 수긍할지, 미국 판단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6월 17일 12: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