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는 3고4저? 금리ㆍ美대선 변수에 3분기 '피크'ㆍ4분기 '하강'
입력 24.06.20 07:00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부각...증시 '연 고점' 형성 방아쇠
첫 기준금리 인하 후엔 변동성 커지며 경기 하락 우려 작용
美 대선 후 정책 추이도 핵심 변수...리쇼어링 심화 우려
AI 폭발적 투자 지속 가능?...코스피 이익 전망 좌우할 변수
  • 예상외로 뜨거웠던 미국 경제의 활황이 뚜렷하게 식어가고 있다. 증시 투자자들이 올해 내내 기다리던 미국 기준금리 인하 역시 늦어도 9월엔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나쁜 게 좋은 것'이라는 그간의 패러다임이 '나쁜 건 나쁜 것'으로 전환되며, 증시는 올 3분기 '고점'을 형성하고 4분기엔 '조정세'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3고4저' 전망 속 주요 변수로 작용할 이벤트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꼽힌다. 최근 8년새 지속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강도와 방향이 국내 증시에 기대 혹은 우려로 작용하며 단기적인 굴곡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19일 발표된 미국 소매 판매 지표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5월 미국 소매 판매는 전월대비 0.1% 증가해 예상치 0.3%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자동차 등을 제외한 코어 소매 판매는 0.1%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간 미국의 성장을 견인했던 '소비'가 꺾이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앞서 17일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하며 전달 대비 상승률이 줄었다. 특히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슈퍼코어 CPI는 전월대비 0.04% 하락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물가가 재상승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하락ㆍ물가상승)에 대한 위기감이 고개를 들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추세다.

  • 소비로 달궈진 미국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역시 잡혀가는 신호가 보이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국채 선물은 9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67%로 반영하고 있다. 19일 소매판매 발표 후 8월 인하 확률도 8%에서 12%로 소폭 상승했다. KB증권은 하반기 전망 자료를 통해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의 예상 경로를 나타내는 '점도표'를 올해 3번 인하에서 1번 인하로 수정했음에도, 시중금리는 내리고 증시는 상승했다"라며 "3분기 중 한 차례 인하는 기정사실화됐고, 이후 인하는 데이터 및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거라는 컨센서스가 시장에 형성된 탓"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고금리 기조에 경기 하락을 우려해 실제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이달 초 5년 만에 기준금리(수신금리 기준)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캐나다ㆍ스웨덴ㆍ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ㆍ칠레ㆍ멕시코 등 개발도상국들도 속속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3분기 중 인하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에 예상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천천히 서두름' 원칙을 내세우며 선을 그었지만, 국내 경기 지표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 발을 맞출 거란 전망에 서서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가져올 결과다. 보통 금리 인하는 유동성 증가로 이어져 증시에 호재로 해석되지만, 경기 하강 국면에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점차 대두하고 있다. 

    최근 20년새 있었던 다섯번의 미국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모두 첫 기준금리 인하 이후 변동성 증가와 위험자산 가격 하락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를 하면 도망쳐라'라는 격언도 회자된다.

    삼성자산운용은 하반기 글로벌 매크로 전망 리포트를 통해 3분기 주식시장이 연중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CPI가 2%에 진입하며 9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후 4분기엔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경기 하강우려를 반영해 주가가 조정세를 띌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금리인하는 증시를 지지하겠지만, 3분기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는 시점이 하반기 증시 고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둔화는 처음에는 금리 하락으로 해석되지만, 점차 주당순이익(EPS) 하락 가능성이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도 남아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의 향방이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 증시의 추이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조금 더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향후 미국 국익 관점에서 불공정 무역 환경이 심화하고 미국 중심 리쇼어링(산업생산 내재화) 정책이 더 공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산업 측면에선 AI 반도체 밸류체인에 편입된 국내 증시에 당분간 수혜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게 전망되고 있다. 이는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속 상향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주당 영업이익은 향후 2년간 각각 전년대비 64%, 23% 상승해 2025년엔 올해의 두 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 수출 및 이익 전망치 상향이 핵심 근거로 언급된다. 최근 코스피200 지수 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비중이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실적 컨센서스가 상반기 낙관론으로 높아졌다가 하반기에 점차 하향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신뢰할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적시즌 소화 이후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 폭은 줄어든 상태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현재의 AI 반도체 싸이클은 폭발적인 투자가 이끌고 있는데, 기업들이 AI로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있느냐에 대해선 아직 보수적인 관점이 많다"며 "매크로 측면에선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변화가, 산업 측면에선 AI 투자 지속 여부가 하반기 증시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