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6년만에 파업 기로…초강성 노조 vs 무분규 타결 전문가
입력 24.06.24 07:00
잘 달리는 현대차, 또 불거진 고용리스크
최고 실적 경신에 역대급 인상률 요구한 노조
24일 파업 찬반 투표, 쟁의권 확보 전망
문용문 지부장 vs 이동석 사장, 물러설 수 없는 협상테이블
  • 현대차의 '상수'와도 같은 고용리스크가 올해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진통 끝에 5년 연속 노사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는데 올해도 역시 임금 협상을 앞두고 사측과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이 다른 점은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시점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가운데 가장 우호적인 사업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노조 측이 제시안을 관철할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24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지난해 투표에서 90%에 가까운 찬성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참여율, 최고 찬성률을 갈아치웠다. 올해도 이변이 없다면 파업 투표는 가결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진다. 조합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과거 노사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찬반 투표→중노위 조정 중단→쟁의권 확보 등의 수순은 매번 이어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현재의 수순은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기보단 사측과의 협상에서 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합법적 절차를 밟고 있단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한다면 6년만에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파업의 방식과 기간에 따라 여파가 다르겠지만 관련 업계에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노조측의 요구는 ▲기본급15만90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4.5일제) 도입 ▲최장 64세로 정년 연장 등이다. 

    올해도 역시 회사측 제시안과는 간극이 크다. 회사측은 올해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성과금 350%+1450만원 ▲전세계 누적 판매 1억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 ▲주식 20주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노조와 사측은 ▲기본급 11만원 인상선에서 합의안을 도출했고 ▲경영실적 성과금 400%+800만원 ▲특별격려금(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250만원 ▲하반기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을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과 만 64세 정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한 지난해 조합원의 연봉 인상분은 평균 약 3430만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올해도 역시 사측이 노조측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단 평가다. 다만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노조 측이 더욱 거세게 몰아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임직원들의 인건비는 다른 완성차 기업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지만 현대차그룹의 최근 실적이 좋기 때문에 (노조가) 강하게 밀어부칠 명분이 충분하다"며 "노조가 현재 제시안을 모두 관철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이제까지 사업적 성과와 별개로 앞으로의 고용 리스크가 점점 커진다는 점에서 사측의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노사의 협상테이블에는 지난해 선출된 문용문 현대차노조지부장과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이동석 대표이사(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대표로 앉는다. 문 지부장은 지난해 '실력 있는 강한노조, 투쟁으로 정면돌파'란 슬로건을 앞세워 당선됐다. 문 지부장은 선거 당시 현재 제시안과 유사한 상여금 900%와 주4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동석 사장은 과거 최장 기간 노무분야를 담당한 윤여철 부회장의 역할을 이어 받아 지난해 5년 무분규 협상 타결이란 결과를 이끌어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