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 전이되는 SK그룹 리스크...SK인천석화 영구채도 '자체 인수'
입력 24.06.25 07:00
SK온·인천석화 영구채까지…SK그룹 살리기 나선 증권가
신용등급·재무상황 안좋은데…리스크만 전이?
"SK그룹과 관계 생각해서 증권사도 마지못해 직접 인수"
  • 증권사들이 SK온 뿐 아니라 앞서 발행된 SK인천석유화학의 사모 영구채 역시 자기 계정을 통해 물량을 떠안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가 신용등급이 높지 않고, 사업적으로도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에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단 관측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SK인천석화)은 지난 4월 4600억원 규모의 사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물량은 증권사들이 모두 자기 계정으로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이 1900억원,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8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500억 원, 유안타증권이 300억 원, SK증권이 200억 원, 삼성증권이 100억 원을 인수했다.

    이는 SK그룹의 국내외 금융기관 차입 한도가 한계에 이른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회계상 자본으로 잡히는 영구채를 발행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증권사가 직접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자본조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기관투자자들은 A등급의 영구채를 비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SK그룹 익스포저가 과도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그룹은 기관투자자들의 익스포저가 차지않도록 증권사들이 자기계정을 이용해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분위기다"라며 "앞서 SK인천석화 사모 영구채도 증권사가 직접 떠안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이달 말 발행될 5000억원 규모의 SK온 사모 영구채 물량도 대부분 자기계정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북을 이용해 300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고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이 500억원씩 인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는 자금운용한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직접 인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SK온이나 SK인천석화나 재무상황과 신용등급이 썩 좋지 못해 만기 상환 불투명성이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만하다. 채권 시장에선 AA등급은 되어야 우량 자산으로 본다. 반면 SK인천석화와 SK온은 둘다 A+이다. 영구채 등급은 이보다 한 노치 낮은 A등급이다. 

    SK인천석화는 석유제품 수요 둔화 등으로 작년 상반기에 영업익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실적을 만회화며 연간으로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 이전만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SK온은 흑자전환시점이 밀리고 있는데, 오는 2분기 역시 35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러한 SK그룹의 행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개별 증권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고 신용등급이 매겨진 채권이라도 증권사가 한 종목을 1000억원 넘게 직접 인수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라며 "증권사들이 SK그룹과의 관계를 생각해 마지못해 채권을 자기계정에 담는 분위기다. 업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