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주 줄줄이 박살인데'...시프트업 고민 커진 기관들
입력 24.06.26 07:00
간담회서 밸류·오버행 질의…"신작 초창기 단계, 성장 기대"
텐센트發 오버행 우려에 "투자자로 지속 남을 것이라고 기대"
국내 게임사 주가 부진에 기관들 고민, "3조 여전히 비싸"
  •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는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곧 청약 절차에 돌입한다.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치며 수요예측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어졌지만, 여전히 시프트업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기관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25일 시프트업은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상장 후 사업 전략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시프트업은 ▲대형 지적재산권(IP) 모두 성장 초기 단계이며 ▲ 모바일과 PC, 콘솔을 아우르고 있고 ▲개발역량 등을 투자 포인트로 꼽았다. 

    시프트업의 공모 주식수는 725만주이며 100% 신주 발행 예정이다. 시프트업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7000~6만원이다. 내달 1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일부터 이틀간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JP모건이며 신한투자증권이 인수사로 참여한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시프트업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의 적정성, 국내외 기관들의 관심 수준, 그리고 오버행 이슈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시프트업이 일본 기업 위주로 피어그룹(비교기업)을 구성, 평균 39.25배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을 산출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데 대한 질의가 다수 제기됐다. 2021년 해외기업 중심으로 피어그룹을 구성해 공모가를 높게 산정했던 크래프톤이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전례를 들며 크래프톤과 시프트업의 차이를 묻는 질의도 나왔다.

    시프트업은 좋은 성과를 낸 <승리의여신:니케>, <스텔라 블레이드> 등 신작이 초기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크래프톤과의 차이라고 꼽았다.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수요예측에서의 국내외 기관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외 기관들의 수요예측 참여도는 높은 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프트업 측은 "오더 현황을 공개할 순 없다"라면서도 "해외 국부펀드에서도 관심을 가져줬다"라고 말했다.

  • 다만 국내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시프트업의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6만원) 기준 시프트업의 시가총액은 3조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다만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태라는 게 부담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 24만원대의 주가를 형성했지만 최근 20만원 선이 깨진 상태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8월 5만원 후반대의 주가를 형성하다가 2만원 후반대로 하락, 다시금 4만원대 주가로 회복한 상태다. 크래프톤은 지난 1년간 주가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그리곤 있지만 공모가(49만8000원) 수준에는 한참 못미치는 28만원대 주가를 형성 중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 게임 이용시간이 줄고 소비지출이 둔화되면서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영업수익성이 줄어든 여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작출시 공백,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상승하며 이익 체력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매년 하락하는 모습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내는 기업이긴 하지만 3조원이란 밸류로 게임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부담"이라며 "락업을 걸지 않고 청약에 참여해 상장 당일 차익을 시현하는 전략이면 좋겠지만 이 경우 물량을 많이 받을 수 없는 까닭에 고민이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시프트업의 에비따(EBITDA) 마진율이 67%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서 높은 기업가치를 꾀할 순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스텔라 블레이드>의 실적이 추가로 반영되면 향후 주가 상승 또한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프트업이 보유한 신작이 많지 않고 그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 여부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요즘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모바일게임도 최소 2~3년, 대작급은 4~5년의 개발기간이 필요한데, 시프트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 내놓을 신작 파이프라인조차 애매한 상황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시프트업도 증권신고서에 "서비스 중인 게임의 유저 및 개발 및 서비스 인력의 급격한 이탈 등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스텔라 블레이드>의 경우 신규 플랙폼에서의 흥행이 실패하는 경우 당사의 성장성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오버행 이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최대주주인 창업자 김형태 대표(39.05%)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른 6개월의 의무보유기간에 더해 6개월을 추가로 의무보유(락업) 확약을 건다.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자회사 에이스빌을 통해 시프트업 지분 39.05%를 보유하고 있는 텐센트는 6개월 동안만 락업을 건 상태다. 

    6개월 후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시프트업은 "텐센트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시프트업과 텐센트는 개발사와 퍼블리싱 기업으로서의 관계 뿐만 아니라 경영진 간에도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상호보완 관계를 맺고 있다. 텐센트가 투자자로서 오래 있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