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역 월급 주려면…" 펀딩 빙하기에도 블라인드펀드 규모 늘리는 PE들
입력 24.06.28 07:00
블라인드펀드 확대 조성하는 PE들
운용역 인건비 상승, 관리보수는 줄거나 그대로
옆 운용사도 규모 키우니…'눈치싸움'
펀딩 빙하기 현실성 떨어진단 지적도
  •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블라인드펀드 규모를 확대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금모집(펀드레이징)이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과거에 비해 출자자(LP)들로부터 받는 운용보수가 줄어들면서 인력유지를 위해 꺼내든 고육지책이란 현실적인 원인이 지목된다. 다만 운용사들의 희망과는 달리 실제로 펀드 규모를 키우고 투자와 청산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운용이 가능한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중소형 PEF 운용사들의 최대 고민은 펀드 규모를 어떻게 키울까에 모여있다. 운용사들의 확실하고 중요한 수익원인 관리보수를 늘리기 위해선 큰 규모를 출자받는 것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LP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형사 외에 중소형 운용사들도 펀드 규모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지난 2020년 1685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제이앤PE는 현재 3000억원 규모의 신규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우체국예금)와 교직원공제회 등이 주요 LP로 참여했다. 

    2018년 2200억원 규모로 2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던 코스톤아시아 또한 3000억원 규모로 3호 펀드를 조성 중이다. 군인공제회, 산업은행 등이 출자를 확약한 상태다. 이 외에도 직전펀드와 비교해 규모를 실제로 키우고, 또 증액을 고민하는 곳들이 상당수로 전해진다. 

    투자시장에 대기자금이 넘치는 시기에는 운용사들이 펀드 규모를 점차 키워나가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최근과 같은 펀드레이징 빙하기 속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연기금 한 관계자는 "최근엔 초대형 PE가 아닌 이상 최근 펀드 규모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펀딩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펀드 규모를 늘리려고 하지 펀드 규모를 줄이려고 하는 곳은 없는데 현실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중소형 운용사들이 펀드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의 가장 현실적인 원인은 결국 수수료다. PEF 운용사들의 주 수익원은 결국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뉜다. 펀드가 청산한 이후에 성과에 따라 배분받는 성과보수는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할뿐더러, 실제 배분받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린다. 따라서 LP들이 책정하는 관리보수는 운용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통상적으로 펀드 약정총액이나 투자액의 0.5~2% 수준을 관리보수로 설정한다. 이는 국내에 처음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2004년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최근 운용역들의 관리보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례로 앵커 출자자로 꼽히는 산업은행은 관리보수율을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2018년 성장지원펀드 미드캡(펀드별 최소 결성금액 3000억원)의 경우 관리보수는 약정총액의 1.2%이내였는데, 2024년 2차 성장지원펀드의 관리보수는 투자잔액 3000억원 이상의 경우 약정총액의 0.5% 이내다. 실제로 운용사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36억원에서 15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사모펀드(PEF)운용사 관계자는 "앵커 출자자들의 관리보수율이 줄어드니 운용역들 월급을 주려면 펀드 약정액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특히 요즘 운용역들 이직이 잦은데, 핵심운용역이 변경될 경우 보수를 삭감하는 약정이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눈치싸움'을 하며 규모를 늘리는 운용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규모만 커졌을 뿐 다른운용사들과 운용전략에 차별성을 나타내는 곳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입장에서도 자금을 믿고 맡길만한 차별성 있는 운용사를 선별하는 게 관건이 됐다.

    공제회 한 관계자는 "최근 PE들을 만나보면, 옆 운용사가 펀드 규모를 키운다 하니,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능력이 없어 보일까 걱정하고 있다"며 "펀드 규모를 키운다길래 매칭이나 청산 전략이 어떻게 되냐 물어보면, 구체적인 대답 없이 무조건 할 수 있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출자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PE들의 이런 행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또한 존재한다. 컨테스트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졌고 매칭을 통해 최종 펀드 결성에 성공하는 것도 관건이다. 펀드 규모를 키우겠단 희망을 품고 있는 운용사가 늘어난 것과 달리 매칭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탁운용사 지위를 반납하는 운용사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