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가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재무자문, 회계실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큰 거래일수록 성사가 쉽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단위 거래를 이끈 외국계 투자은행(IB)보다 실속을 두루 챙겼다.

M&A 시장 회복세를 점치긴 여전히 어려운 구간이나 자문 업계 전반이 1분기보단 나은 시간을 보냈다. 하반기엔 SK그룹 등 대기업발 거래가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삼일PwC는 상반기 중소형 거래를 가장 많이 성사시키며 재무자문 1위를 이어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물론 미드캡(mid-cap) 시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꾸준히 일감을 따내고 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SK렌터카 인수를 도우며 유일하게 전년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2위는 모건스탠리다. 상반기에만 조단위 거래 두 건에 참여했다. 지오영 매각에선 도이치뱅크와 함께 블랙스톤을 도왔고,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 매각도 자문했다.

작년까지 부진하던 골드만삭스는 상반기 3위로 부상했다. MBK파트너스의 지오영 인수와 SJL파트너스의 모멘티브 지분 추가 매각을 단독 자문했다. 안재훈 전 SK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이 곧 IB 부문 대표로 합류할 예정이다. 

UBS는 2분기 글랜우드PE의 CJ올리브영 투자 회수 작업을 시작으로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매각,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 등 주목도 높은 거래에 두루 참여하며 4위에 올랐다. 현재 중국 다자보험그룹을 대리해 우리은행으로의 ABL생명·동양생명 패키지 매각도 자문하고 있다.

삼정KPMG는 중견 기업의 경영권 매각부터 메자닌 발행 거래를 다수 수임하며 5위에 올랐다. 작년 이후 부쩍 늘어난 상장주식 공개매수 거래를 도운 삼성증권, KB증권은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와 함께 지오영 매각을 주도한 도이치뱅크는 8위에 올랐다. 하반기 중 제뉴원사이언스 등 추가 거래자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SK그룹의 사업조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대형 매각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문사들의 수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삼일PwC는 M&A 회계실사 부문에서도 선두에 올랐다. 상반기 총 21건의 거래 실사에 참여하며 1분기 1위였던 삼정KPMG를 따돌렸다. SK렌터카 거래에선 매각과 인수 양측의 실사 작업을 도맡았다.

삼정KPMG는 2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2분기 최대 거래인 MBK파트너스의 지오영 인수에서 회계실사를 담당하며 분전했지만 삼일PwC와 격차가 벌어졌다. 에코비트 매각,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등 실사도 맡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지오영 거래에서 매각 측 실사를 맡으며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EY한영이다. 상반기 2건의 M&A 실사 작업에 참여했다. 1분기 4위였던 회계법인 숲은 2건의 실적을 올렸지만 금액에서 밀려 EY한영의 뒤를 이었다.

M&A 법률자문 시장에선 김앤장이 1위를 되찾았다. 1분기 다소 주춤했으나 다시 경쟁사를 멀찍이 따돌리는 모습이다. 지오영과 커넥트웨이브, 한온시스템, CJ올리브영 등 대형 PEF와 대기업의 굵직한 거래부터 주식 공개매수 작업까지 다양한 거래를 도왔다.

세종은 2위로 밀려났지만 경쟁사 대비 준수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한온시스템 인수와 KCC의 모멘티브 지분 인수를 자문한 것이 눈길을 끈다. 

율촌과 광장은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율촌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등 산업에서 중견 기업의 경영권 매각, 투자 유치 등을 자문하며 실속을 챙겼다. 광장은 신세계그룹의 지역 터미널 운영사업 인수, E1그룹의 지방 에너지 사업 인수 등을 각각 자문했다.

5위는 5건의 M&A를 도운 LAB파트너스에 돌아갔다. 6위를 기록한 지평부터 베이커맥켄지케이엘앤파트너스, 화우는 상반기 각각 4건의 자문 실적을 올렸다. 태평양은 2건의 실적에 그치며 9위까지 내려갔다.

2분기 일부 숨통을 텄다지만 법무법인 전반이 예년만 못한 자문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근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하반기 늘어날 대기업 구조조정 거래나 한동한 맥이 끊겼던 오너일가 송무 등에서 기회를 찾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인수금융 시장에선 순위에 지각변동이 있었다. M&A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자본재구조화(리캡), 차환(리파이낸싱) 수요 덕에 수천억 단위 주선 실적을 올린 금융사가 여럿 나온 탓이다. 

하나은행은 2분기 중 칼라일의 현대글로비스 인수금융 차환을 단독 주선하며 상반기 1위로 껑충 올라섰다. 경쟁사들이 몇 없는 신규 거래를 나눠가지는 가운데 클래시스, 루트로닉 등 굵직한 거래에 골고루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는 삼성증권이다. MBK파트너스의 지오영 인수를 자문하며 상반기 최대 단일 주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초 휴젤 인수금융 등 몇 건의 거래만으로 상반기 조 단위 실적을 쌓았다.

최근 협업 움직임이 잦아진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나란히 3위와 4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