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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K그룹에서 벌어지는 일 중 상당수는 SK온 구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열 합병과 매각부터 추가 투자자를 물색하고 안 될 경우 금융권에 협조를 요청하는 일 모두 SK온에 돈을 대기 위한 작업이란 얘기다. 설익은 중대 계획이 연일 쏟아지는데, 핵심이 빠져 있다. 과연 돈을 더 들이면 SK온을 살릴 수 있을까.
업계에선 SK온을 구하는 작업이 도박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한차례 시간은 벌겠지만 정상화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연말 SK온이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가 실패하고 올 들어 적자가 더 커진 상황부터 짚어봐야 한다. SK온 입장에선 일부 억울한 면도 있다. 포드, 폭스바겐 등 고객사가 전기차 성적이 신통찮다는 이유로 받아 가는 물량을 대폭 줄였다. 수조원 들여 지은 공장을 세워둬야 하면 적자폭은 줄어들지 않는다. 현재 현대차그룹 물량이 일부 숨통을 틔워주는 상황으로 확인된다.
연말까진 이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모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정책 변화 가능성을 따져보기 전까지 노선을 변경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맞물려 계획된 정책대출, 보조금 등 정책도 현재로선 갈피를 잡기 어렵다. 상황이 바뀌려면 내년까진 지켜봐야 한단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바뀔지 역시 알 수 없다. SK온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포드나 폭스바겐 모두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려 할 것이고 SK온은 고객사 뒤에서 대기해야 하는 형국"이라며 "일본 닛산 등과 추가 공급 논의도 진행 중이나 이 역시 2~3년 후 물량이다. 연말까진 지금 상황이 이어질텐데 내년에 나아질 것인지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배터리 사업을 비중 있게 다루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전략 무게 추는 반도체·인공지능(AI)으로 옮겨갔다. 배터리는 친환경 사업 재편, 속도조절 수준에서 언급됐다. 1일 SK온이 내놓은 비상경영 선언도 맥락이 비슷하다. 연봉 동결, 운영 효율화 등이 주요 골자인데 정상화 시점까지 비용 통제 정도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쯤으로 받아들여진다.
물가, 금리부터 고객사의 전기차 제작·판매 역량, 소비자 차량 선호와 같은 문제를 뭉뚱그려 경영 불확실성이라 해보자. 여기에 다른 나라 선거 결과나 무역갈등, 환경·안전규제 변화 등 정치 문제까지 끌어들이면 거의 미지의 영역에 들어선다. 기업이 열심히 하고 말고를 넘어선 문제가 된다.
전기차로의 전환 자체는 정해진 미래라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시점에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SK온이 제공할 수 있느냐는 또 별개 문제다. 리튬인산철(LFP) 또는 삼원계 각형·원통형 배터리가 파이를 키워갈수록 SK온이 설 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시장에선 지금 SK온에 다시 자금을 대는 일을 그만큼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다.
SK온은 이미 지난 3년 동안 이 같은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 투자자에 흑자전환을 약속했다가 번복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때마다 추가 지원을 그룹 안팎에 요청하길 되풀이했다. 결과적으로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부터 각종 연기금, 공제회 등 자본시장 큰손부터 증권사 리테일 창구 자금, 자기자본까지 SK온에 묶이고 있다. 예금 기반 시중은행 대출금과 정책 자금을 포함하면 전 국민이 물려 있다는 우스개까지 오르내린다.
SK그룹에선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 자신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와는 달리 향후 사업 불확실성에 대처할 확실한 복안을 갖추고 있을까. 가치 평가나 재무적 투자자(FI) 설득이 이뤄지기 전부터 여러 합병·매각설이 새나오는 것을 보며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검토된 시나리오를 포함하면 SK온을 살리기 위해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계열사만 벌써 세 곳"이라며 "SK온을 살릴 수 있느냐에 대한 냉정한 판단 이전에 SK온을 살리기로 결정하고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짜 맞추는 듯하니 불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자연히 왜, 누구를 위해 SK온 살리기에 온 그룹 살림을 동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내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SK그룹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룹을 넘어 국가 산업 차원에서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나 미국 등 주요 동맹국과의 외교관계 등 여러 가지 이유도 거론된다.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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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7월 01일 16: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