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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산가들의 싱가포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라 불리는 큰손 투자자들은 정체하는 한국 시장을 대신할 곳을 찾고 있는데 싱가포르가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한 금융 시스템과 패밀리 오피스 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어 한국 거부들의 눈길을 계속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 규모와 M&A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 자금을 손에 쥐게 되는 개인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큰 돈을 운용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조직을 꾸렸는데 이것이 패밀리 오피스다.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이 한국 패밀리 오피스의 창시자 격이고, 이 뒤를 따르는 성공한 창업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의 패밀리 오피스는 설립할 때는 큰 주목을 받지만 이후엔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가족의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이니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두드러진 활약은 하지 못했다 볼 수도 있다. 중책을 기대하고 합류한 M&A 전문가가 1년도 되지 않아 이탈했다거나, 사람을 믿지 못하는 자산가가 직접 자산을 보러 다녔다는 등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 시장의 성장성과 역동성은 전보다 줄어든 분위기다. 창업한 기업을 팔고 나면 다시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자산을 찾기 쉽지 않다. 웬만한 기업을 사고 팔아선 세금 문제만 커지기 때문에 비슷한 사업을 다시 창업하거나 부동산을 보는 정도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투자 성과보다는 개인이 어떤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것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패밀리 오피스 입장에선 투자처가 마땅찮고 개인사가 알려질 가능성이 큰 한국보다는 해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업 근거는 한국에 두더라도 일상 생활이나 자산 증식 기회는 나라 밖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정리한, 소위 돈많은 회장님 중에선 아예 해외에 생활 기반을 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멀지 않은 해외는 동아시아나 동남 아시아 정도다. 일본은 선진 시장이고 매력적인 투자처가 많지만 대기업도 사업 확장에 애를 먹을 만큼 해외 투자자에 폐쇄적이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아예 한국의 투자 후보지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이를 제외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 정도가 남는다. 이들 도시는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각종 투자 정보와 기회가 몰린다.
싱가포르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후 홍콩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홍콩에 기반을 둔 중국의 부호들이 대거 싱가포르로 옮겨 갔고 패밀리 오피스 숫자는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아시아 내 패밀리 오피스 중 절반 이상이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포선그룹(Fosun Group) 공동 창업자 리앙 시준도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를 차렸다.
싱가포르 통화청(MAS) 등은 2019년 패밀리 오피스 개발팀(FODT)을 꾸려 세계 각지의 부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무역 협정을 맺고 있어 관세 부담이 적기도 하지만 패밀리 오피스의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크다는 평가다. 각종 투자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은 세금을 면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산가 입장에서도 싱가포르에 관심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주로 활약한 인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년 이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관계를 정리한 김봉진 전 배달의민족 창업자가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몇몇 거부들이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했거나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거론된다.
싱가포르 입장에서도 다양성 면에서 한국 투자자의 유입이 나쁘지 않다. 싱가포르 역시 한국 문화와 각종 K-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유로운 사업 환경에 지난 수년간 새로운 아이디어로 큰 성공을 거둔 한국 자산가들이 들어오면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대상 중 하나는 한국 자산가들”이라며 “싱가포르가 낮은 세율 등을 앞세워 해외의 큰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한국 패밀리 오피스들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거부 늘었지만 국내서는 투자처 마땅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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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배민 창업자 등 韓 큰손 활동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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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7월 01일 09: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