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發 거래가 좌우할 하반기…'BCG 보고서'가 정답지?
입력 24.07.04 07:00
자문사단 SK그룹 네트워크 실시간 가동중
딜 선점 위해 BCG 보고서 수소문 하기도
"먹거리 없는데 수임 경쟁서 밀리면 안돼"
  • "고금리로 자문 일감이 줄어든 가운데 SK그룹의 리밸런싱이 큰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문단에선 SK그룹 컨설팅을 맡은 BCG 보고서를 마치 정답지마냥 찾아다니고 있다"(한 자문업계 관계자) 

    하반기 SK그룹의 대규모 사업 조정이 예상되면서 자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SK그룹의 1박 2일 경영전략회의 이후,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로펌, 회계법인 등 자문업계가 SK그룹 관련 거래 선점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SK그룹은 SK온 등 일부 계열사의 재무 부담 악화로 대대적인 사업 조정(리밸런싱)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에코플랜트와 SK㈜ 자회사 합병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SK온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리밸런싱의 핵심은 'SK온 구하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8~29일 진행된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 대다수 자본시장 관계자들에 이목이 쏠렸다. 사업재편 방향성 등 리밸런싱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업계 안팎에선 SK그룹이 이젠 '진짜로(?)' 사업조정을 실행에 옮겨야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번 회의에서 각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들은 중복투자를 해소하고,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운영 개선을 통해 3년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미래 성장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합병 및 매각, 사업부 조정 등 자문이 필요한 이벤트가 연달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IB 뱅커들, 사모펀드운용사(PEF), 로펌, 회계펌 등 자문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장 SK이노베이션 E&S 합병만 하더라도 합병비율 산정, 이해관계자 조율, 구조조정 등 자문단에서 뛰어들 먹거리가 적지 않다. 

    자문업계에선 SK그룹 관련 거래를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다. 

    SK그룹과 밀접하다고 알려진 광장 등 대형로펌과 삼일 등 대형회계펌은 그간 쌓아둔 네트워크를 120% 활용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받으면서 딜을 가장 먼저 따내겠다는 포석이다. 관렵업계에선 이들에게 일감이 몰릴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IB 뱅커들과 사모펀드 운용사(PEF)들은 딜이 나오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제안해 딜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한 PEF는 SK에코플랜트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미리 파악해 M&A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대상으로 수십개의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자문사들이 SK그룹의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를 정답지마냥 찾아다닌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나돌 정도다.

    한편, 여러가지 이유로 SK그룹 자문이 제한된 곳들은 일감에서 소외될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형 회계펌인 삼정KPMG는 SK그룹의 지정감사인으로, SK㈜, SK하이닉스, SKT 등 주요 계열사의 감사를 맡고 있어 매각 자문을 맡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 주요 거래나 송무에서 SK그룹과 척을 진 적이 있는 자문사들은 수임 경쟁에서 밀릴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은행과 증권사들도 SK그룹의 향후 자금조달 수요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장은 기업 간 이합집산으로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수요가 줄겠지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SK그룹 익스포저가 한계에 이르러 다시금 전통 금융에 손을 벌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SK그룹은 이전부터도 회사채 발행 시장의 큰 손이었다. 은행 익스포저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2020년 이후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는만큼 기본적인 차환 수요 자체가 적지 않을 거란 예상이 많다. 재무적 투자자(FI) 같은 외부의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채권시장 활용 가능성이 커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기업공개(IPO) 시장 활용 가능성도 남아있다. SK온ㆍSK에코플랜트ㆍSK실트론 등 수년 전부터 상장 가능성이 거론돼온 대어급 비상장 계열사가 여러 곳이다. 당장 상장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수천억원의 자금을 일거에 조달할 수 있으며 뒤탈없는 자금 조달원으로 IPO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SK온 영구채에 일부 증권사가 자체 북(book)을 활용한 베팅을 감행한 것을 두고 주관사를 따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이 하반기 최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각 회사들이 SK그룹 거래를 선점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