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파트너스, '바이아웃 매각' 역량은 부족? '뻔한' 보험사 딜 헛발질
입력 24.07.04 07:01
본입찰서 우리금융 불참하며 힘빠진 매각 절차
"플랜B 없었나"…기회 남아있단 JKL파트너스
일단 지켜보는 수익자들…"매각 최대한 빨리"
"대형 PEF 대열 합류 전 엎어진 꼴" 평가 냉혹
  • JKL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흥행에 실패했다.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 매각 작업이 더딘 보험사가 여럿인 등 보험사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 JKL파트너스가 높은 매각가를 고수한 점, 그리고 본입찰까지 매각 절차를 진행해 놓고도 유찰에 가까운 결과를 낸 점에 대한 평판이 곱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인 JP모간이 실시한 본입찰에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외국계 투자자들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매각 대상은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지분 77%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로 눈을 돌린 상태다.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국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까다롭게 진행될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매각 절차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JP모간은 새로운 원매자를 물밑에서 접촉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한때 동양생명 인수설이 돌았던, 그리고 비교적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많지 않은 하나금융지주 정도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JKL파트너스는 JKL 10호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롯데손해보험에 투자했다. 해당 펀드에 출자한 수익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시할 무렵. 일부 투자자들은 JKL파트너스에 원인을 물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았다. 기회는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라는 답을 들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우리금융지주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가격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라면서도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바랄 수밖에 없긴 하다. 1조원에 매각할 경우 그간의 비용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펀드의 만기는 2026년 2월까지다. 수익자들은 인수금융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10월 전까지 매각되기를 희망했지만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향후 리파이낸싱을 추진해야 할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도 매각이 빠른 시일 내에 되기를 희망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 4월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롯데손해보험 매각에 속도를 냈던 JKL파트너스의 행보를 두고 쓴소리가 적지 않다. 

    보험사 인수합병(M&A)는 최근 성사된 사례가 많지 않다. 높은 매각가와 추후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투입될 비용 부담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된다. 상반기까지 시장에 출회된 보험사 매물은 KDB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다. MG손해보험은 본입찰 일정이 2주가량 추가로 연기됐고 KDB생명은 여섯번째 매각 시도도 실패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 JKL파트너스는 매각을 위해 본입찰 절차까지 밟았다. 참여할 것이라 기대했던 우리금융지주는 불참했다. 심지어 본입찰을 앞두고 당당히 다른 매물로 찾아가며 공개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모습까지 선보여 매각자에게 굴욕을 줬다. 이제 외국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한 또다시 비딩(Bidding)을 통해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데, 한 차례 유찰된 매물에 대해 넉넉한 조건을 제시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외에 아무런 대안을 만들지 못한 점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JKL파트너스의 과거 금융관료 네트워크가 힘을 쓸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지만 실제 효과는 없다시피 했다.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단 또한 고위 금융관료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계 인맥으로 보험사 딜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안 되긴 하지만 기대감이 없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사업성'이 중요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JKL파트너스에겐 아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출발한 JKL파트너스는 다른 어느 운용사보다도 가장 빠르게 규모를 키워온 회사로 꼽힌다. 설립 이후 IS동서 최대주주 일가와 끈끈한 관계에 더해 이성철 JKL파트너스 대표 재직 당시 산은캐피탈과 공동 GP를 구성하며 여러 투자건을 함께 집행했다. 산은캐피탈과 함께 인수한 한국정수공업 등에서 원전비리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독립운용사로서 지위를 쌓아나갔다. 

    펀드사이즈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그간 GS ITM, 동해기계항공, TCE, 팬오션, 원방테크 등에 투자해 왔고, 2020년과 2021년 각각 TCE와 팬오션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했다. 최근엔 티웨이항공 주식 일부를 소노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장외매도하기도 했다.

    다만 하림 등과 같은 전략적 투자(SI)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대규모 바이아웃 거래를 단행,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실적은 그리 많지 않다. 기관투자가(LP)들 사이에서도 그로쓰캐피탈 형태 투자에서 회수성과가 많은 곳으로 인식돼 왔다. 

    이로 인해 이번 롯데손해보험 매각은 JKL파트너스에게는 규모에 걸맞는 매각 능력을 갖춘 운용사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대'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직은  역량이 뛰어나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할 무렵, 롯데카드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와도 비교된다. 롯데카드 역시 인수후보군을 찾기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이지만 MBK는 무리한 입찰 진행으로 후보군이 없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리스크는 일찌감치 피해갔다. 이런 지점들이 운용사 실력차이를 보여준다는 평가인 셈이다. 

    물론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이후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운용자산 리스크가 업계 평균 대비 높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JKL파트너스는 덩치나 크기에 대비해 평판이 지나치게 비대했던 부분이 있다. 바이아웃 딜을 주도하지 못하면 급이 안 된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다시 매각을 추진하려면 원하는 만큼의 밸류를 인정받기는 어렵다. 진정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대열에 오를 수 있는 기로에서 엎어졌다"라고 말했다.

    앞두고 있는 출자사업에서도 주목받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JKL파트너스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국민연금 사모펀드 출자사업 숏리스트(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최근 출자기관들이 투자 회수 실적 등 여러 요소들을 감안하여 운용사를 선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성사 시 신규 출자에 있어 JKL파트너스가 유리한 고점을 선점할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추진하면서 수익자들에게 보였던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LP들이 적지 않다"라며 "여타 하우스들처럼 JKL크레딧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데도 PE 부문 힘을 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로 JKL파트너스의 평판이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