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감 있는 PF사업성 평가, 100개 항목 제출한다고 변별력 생길까
입력 24.07.05 07:00
취재노트
  •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사업성 평가가 이번주 마무리된다. 각 금융기관들은 7월5일까지 평가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애초 정부의 취지는 명확했다. PF발 위기가 확산하자 전국 총 230조원 규모에 달하는 PF사업장을 일괄적으로 전수조사하고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단 의도였다.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였던 평가 등급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구분함으로써 보다 면밀히 관리하겠단 계획도 있었다.

    이를 위해 각 금융기관(대리금융기관 포함)에 개별 사업성 평가를 맡겨 그 결과를 제출토록 했다. 다만 평가 방식의 대부분이 정량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금융기관들이 현장에서 실제 위험성을 판별하는 요인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단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이 배포한 PF사업성 평가 양식은 하나의 사업장에 대해 약 100가지의 항목을 작성토록 마련돼 있다. ▲사업장 기본정보(14가지 항목) ▲브릿지론(10가지) ▲본PF 공사진행 상황(10가지) ▲본PF 분양·매각 상황(7가지) ▲공통현황(수익성·만기연장·연체·경공매·시행사·시공사(40가지) ▲대주단 내 금융회사 구성현황(4가지) 등 총 100가지에 달하는 항목을 제출한다. 

    평가 등급은 자동으로 산출되는데 경우에 따라 등급 상향이 필요한 경우엔 금융기관이 명시하도록 했다. 등급상향과 관련해선 18가지 항목에 대해 사유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자체 PF평가서를 점검해 관대하게 조정된 사업장을 선별하고 즉시 현장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산출된 결과값을 자의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100가지 항목만으로 명확하게 위험성이 판별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한계가 있단 평가도 나온다. 가령 대주단은 PF의 사업성을 평가할 때 시공사의 채무 인수조건이 달려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데 사업성 평가 자료엔 시공사의 신용보강 유무만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사실 '대형' 건설사가 PF사업장의 채무 인수를 확약했다면 대주단은 사업장의 리스크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판단하지만 정량평가만으로 드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만약 이런 사업장이 공정률이 낮거나 분양률이 저조하다면 대주단은 리스크를 낮다고 판단할지라도 평가표상에는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신용도가 낮거나 부실한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한 경우엔 대주단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하지만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양호한 사업장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5000곳이 넘는 PF사업장의 전수조사를 위해선 일괄적인 평가 방식 적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나치게 개별 금융기관들의 평가 양식에 의존하거나 정성적인 평가 요소를 너무 많이 반영한다면 신뢰도 높은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에 '부실한 결과물' 또는 '관대한' 평가를 언급하면서 재구조화를 유도하기 전에 보다 현실감 있는 평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