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민기업' 졸리비는 컴포즈커피를 왜 샀을까
입력 24.07.09 07:00
컴포즈,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커피 브랜드
졸리비푸즈 내 최다 점포 보유 브랜드 될 듯
인수 이후 졸리비 글로벌 매출 41% 증가 예상
  • 필리핀 국민기업이라고도 불리는 졸리비푸즈(Jollibee Foods)는 동남아시아의 명실상부 1위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최근엔 국내 저가형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 경영권을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 졸리비는 우리에겐 친숙학 글로벌 브랜드 커피빈, 대규모 커피 시장을 보유한 베트남의 하이랜드커피, 싱가포르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인 커먼맨커피로스터 등 다수의 커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컴포즈커피 인수는 한국 시장은 물론 동남아 지역 내 브랜드 확장 전략을 명확히 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졸리비가 보유한 다수의 커피브랜드 가운데서도 컴포즈커피는 가장 많은 점포수를 보유한 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컴포즈커피는 현재 국내외 약 2600곳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졸리비푸즈는 "컴포즈커피는 매장 수 측면에서 졸리비푸즈의 가장 큰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졸리비푸즈의 매장 네트워크는 1만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66% 이상이 해외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졸리비는 이번 컴포즈커피의 인수가 완료한 이후 재무제표를 통합한다. 컴포즈커피의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재무제표상 효과는 비교적 명확하다. 졸리비는 인수 이후 전체 매출은 2%가량 증가하고 특히 글로벌 매출이 41%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자와 세금 납부전 영업이익(EBIT)은 약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컴포즈커피의 실적은 상승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88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영업이익율만 40%가 넘는다. 저가형 커피브랜드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 본사의 자본이 적게 투입되는 100% 프랜차이즈 모델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포즈커피의 부채비율은 현재 약 40%를 밑돌며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인수 이후 졸리비의 재무적 부담보단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졸리비가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커피빈만 보더라도 동남아 시장에서 확장하기엔 부담스러운 단가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커피빈의 브랜드는 점차 노후화하는 추세로, 졸리비가 커피빈을 인수한 2019년보다 매장 수가 줄어들었다.

    이번 거래 규모는 약 4700억원이다. 졸리비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컴포즈커피 주식 3만주를 약 3600억원에, 로스팅 및 제조회사인 JMCF의 주식 1만주를 109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다. 인수 이후 컴포즈커피와 JMCF 지분 70%를 졸리비푸즈, 25%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Elevation Equity Partners Korea Limited), 나머지 5%는 타이탄펀드II가 보유하게 된다. 타이탄펀드는 사실상 졸리비가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인 주주다.

    이사회 의석은 총 3석 가운데 2석은 졸리비가, 1석은 엘리베이션PE가 차지하게 된다. 이사회 의장은 졸리비푸즈의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리차드 신(Richard Chong Woo Shin)이 맡는다. 리차드 신 CFO는 졸리비푸즈 최초의 외국인 CFO로 지난 2022년 졸리비에 합류한 한국계 교포로 알려져 있다.

    이번 거래 금액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80억원을 기준으로 8배가 적용된 가격으로 책정됐다. 한국 커피 시장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 단순한 거래 금액만을 두고 따져보면 졸리비푸즈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인수에 성공했단 평가도 나온다.

    PEF 한 관계자는 "한국 커피시장이 포화상태란 평가도 있지만 단순 거래 가격만을 두고 봤을 땐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커피브랜드 가격치곤 상당히 낮은 (EV/EBITDA)배수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창업주(양재석 회장)가 컴포즈커피를 매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온 점을 고려한다면 매도인측도 나름 만족할만한 거래였단 평가도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커피박람회에서 컴포즈커피가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의견이 나왔다"며 "저가형 브랜드이지만 프리미엄 마케팅을 통해 몸값을 극대화하고, 대주주는 한국 시장이 정점이란 평가가 나오는 시점에 엑시트에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로 졸리비푸즈의 주력인 패스트푸드 전문점 졸리비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졸리비의 한국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졸리비가 이미 커피빈을 통해 한국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해 있고, 컴포즈커피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보기 시작한만큼 추후 패스트푸드 사업의 진출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