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계열분리·사업조정 갈길 바쁜데…형제간 샅바싸움할 때일까
입력 24.07.15 07:00
HS효성 출범…계열분리 위한 후속 작업 이어질 전망
사업조정·지분정리에 상속세 신고까지 일정 빠듯한데
조현문 협조 요청에 미온적 태도…잡음 길어질까 우려
사업 외 신경쓸 것 많아봐야 투자자에 좋을 것 없다 평
  • 효성그룹은 이달 계열분리 작업의 첫발을 뗐다. 신설 HS효성이 출범했으나 계열 재무개선, 사업 매각 및 지분 정리까지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일가 상속 문제로 잡음이 일어봐야 사업에 득이 될 게 없는 시점이다. 주주, 채권단 등 여러 이해관계자 입장도 마찬가지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과 합의가 늦어질수록 부담은 효성그룹이 지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지난 1일을 기점으로 ㈜효성과 HS효성 두 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일가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 형제가 각사를 맡아 독립경영에 나설 기반은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친족 계열분리를 신청하려면 하반기 이후 후속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조현상 형제 역시 오는 9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를 마쳐야 한다. 상속부터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까지 동시에 치러야 하는 만큼 사회 환원을 택한 조 전 부사장보다도 일정이 빠듯한 셈이다. 형제간 소송까지 불사했던 조 전 부사장이 그간 갈등을 털고 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사업에만 집중하면 되는 조건은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효성그룹 일가 측에서 오히려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조 전 부사장 기자회견 이후 회사를 통해 "실망스럽다"라는 입장만을 내놓았다. 10년여에 걸쳐 쌓인 묵은 감정을 쉽게 해소하긴 어렵겠으나 시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에 무게가 실린다. 사업적으로도 잡음이 길어져서 좋을 게 없는 때라는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 재무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고 진행 중인 매각 작업부터 9월말 상속세 신고일까지 신경 쓸 게 많은 쪽은 오히려 일가 측"이라며 "조 전 부사장 보유 비상장 지분 매입 등 자금이 들어갈 일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재단 출연 문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조 회장의 효성그룹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출발점이자 뇌관으로 부상한 효성화학의 사업부 조정 작업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 중이다. 11일 특수가스 사업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는데, 당초 대주단에 약속한 것보다 늦어진 상황이다.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오는 조 단위 빚을 갚아야 하는데 그룹이 막판까지 매각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탓으로 전해진다. 

    특수가스 매각으로 조 단위 현금을 쥐더라도 재무 개선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효성화학을 자본잠식 코앞까지 밀어 넣은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효성그룹 투자자와 채권단은 비나케미칼이 모회사 효성화학은 물론 지주사 재무 부담까지 짓누르는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효성티앤씨가 성장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효성화학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후 지분 정리 작업이 꼬일 수 있다. 형제간 지분 교환을 통해 계열분리 조건을 갖추려면 각기 보유한 ㈜효성과 HS효성 지분 교환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오너 갈등이 해소되는 게 바람직하단 지적이 많다. 효성중공업의 경우 올 들어 조 부회장 지분 매각을 전후해 인적분할 여부 관련 뜬소문이 불거지며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상속세 납부 및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 작업이란 시각 외에 조 전 부사장과의 잡음 문제 등이 배경으로 오르내렸다. 자세한 내막을 떠나 정상적인 주가흐름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승계 목적 지배구조 개편이나 분쟁 가능성 등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특정 기업 주가를 누르고 올리고 하는 얘기가 불거져봤자 좋을 게 없다"라며 "형제간 계열분리 작업이야 불가피하다 해도 투자자들이 사업 외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아지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라고 전했다. 

    여러모로 조 전 부사장과의 갈등을 길게 끌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자연히 일가와 조 전 부사장 사이를 두고 여러 추정이 불거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통상 경영권 다툼과 비교하면 조 전 부사장 지분은 아무런 활용 가치가 없다. 재단을 통한 경영 개입 우려 같은 이야기를 누가, 왜 흘리는지 얘기가 많다"라며 "일가 측에서 괜한 불안감을 느낄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일가 측이 상속세 신고를 앞두고 바쁜 때 조 전 부사장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달리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일가 차원에서 조 전 부사장의 상속재산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뭉개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어차피 평판 부담을 져야 하는 건 가업을 승계하는 쪽이 될 거란 목소리가 우세하다. 이미 시장에선 일가 이해관계만을 위해 기업을 쪼개는 과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 차원 밸류업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내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도 효성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