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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HOLLYS) 운영사 KG할리스F&B(이하 KG할리스에프앤비)가 선(先) 몸집 키우기, 후(後)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잡았다. 종속회사인 KG프레시를 흡수합병하고 몸집을 키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투썸플레이스'의 전례를 볼때 몸집 키우기가 성공적 IPO를 보장하는 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본코리아 마저도 상장 절차가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커피 프랜차이즈로는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어렵고, 대형 프랜차이즈로 거듭나서도 여러 이해관계에 상장 절차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KG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 10일 종속회사인 KG프레시(前 HJF)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KG프레시는 육가공 전문기업으로 KG할리스에프앤비가 2022년 지분 100%를 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에 특화된 KG할리스에프앤비와 KG프레시를 합병시켜 종합식품회사로서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증권가에서는 KG할리스에프앤비가 금번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는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으로는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종합 식품을 다양하게 취급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인 더본코리아의 예상 기업가치는 3500~4000억원 수준이다. 운영 중인 외식 브랜드는 국내외 기준 20여개이며, 2600개의 직/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KG할리스에프앤비와는 체급 차이가 크다. 순이익 측면에서도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209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반면 KG할리스에프앤비는 8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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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모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장 일정은 뒤로 밀리게 됐다. 당초 이종현 KG할리스에프앤비 대표는 취임 당시 2024년까지 상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9월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프레젠테이션(PT)까지 진행했으나 주관사 선정 결과는 몇달째 통보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투썸플레이스가 PT까지 다 받은 뒤 상장을 철회했듯 할리스도 주관사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장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라며 "더본코리아가 IPO에 성공하면 바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KG할리스에프앤비는 더본코리아의 상장 추진 경과를 지켜본 뒤 상장 계획을 다시금 세울 계획이다. 증권사들로부터 PT를 받아보며 원하는 만큼의 몸값을 인정받기 힘든 상황인 점을 인지하곤 계획을 다시금 짜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KG할리스에프앤비가 대형 프랜차이즈로 거듭나더라도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과거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전례가 있다. 2012년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던 카페베네가 그렇다.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중국, 미국 등 해외에 적극 진출했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브랜드 '블랙스미스'를 런칭하거나 드럭스토어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신사업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더라도 상장까지 적지 않은 노력이 수반될 전망이다. 더본코리아 마저도 상장 추진 이후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과의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더본코리아가 허위·과장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하며 가맹점을 모집했다는 것이 골자인데, 더본코리아 측은 이같은 주장에 적극 대응하는 중이다.
거래소는 현재 더본코리아 실사를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큰 무리는 없지만, 가맹점주와 일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질적 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본코리아 또한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기인한 불안감이 상장 직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KG할리스에프앤비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커피 프랜차이즈로서 기업가치는 너무 낮고 대형 프랜차이즈로 거듭나기에는 향후 상장 과정에서 풀어나가야 할 이해관계가 많아질 수 있다"라며 "과거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사업 확장, 상장 추진 실패 등 이미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인식을 깨는 것도 KG할리스에프앤비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알짜' KG프레시 흡수합병해 몸집 불리는 할리스
IPO 시점 밀린다…"대형 프랜차이즈 돼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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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7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