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두산 밥캣 방지법' 발의한다…현대차ㆍ한화도 '촉각'
입력 24.07.17 07:00
상장사 합병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반영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논란이 불 지펴
野 주도권 속 밸류업 외친 정부 참여가 관건
현대차ㆍ한화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영향
  •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둘러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논란이 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과거 삼성물산이나 동원산업 사례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결정하긴 어려워 질 수 있다. 향후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밟아야 하는 현대차, 한화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시병)은 이번주 내로 상장사 합병 비율을 주가가 아닌 기업 본질가치를 기준점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지난 국회에서 삼성생명법(보험사의 계열사 채권·주식 보유 한도 제한), 미래에셋방지법(SPC로 공모를 사모처럼 꾸미는 행위 제한) 등을 담당했던 보좌관이 발의를 이끌고 있다.

    야당이 발의한 '두산밥캣 방지법'은 상장기업 간 합병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 평균화해 기업 합병 가치를 매기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상 기업들은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두산밥캣 1, 두산로보틱스 0.63로 결정된 배경이다. 현재 로보틱스는 주당 8만원대, 밥캣은 4만원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자본시장법을 악용한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밥캣 주주의 입장에선 연간 1조원 매출의 알짜 회사 주식을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의 주식으로 교환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합병 비율이 로보틱스에 유리한 상황이다. 일반 주주보다는 두산그룹 및 대주주에 유리한 사업 재편이라는 평가에 불만이 거세다. 

    야당의 밥캣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상장사를 합병할 땐 비상장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회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 각각 1(자산)대 1.5(수익)로 가중평균해 합병 비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로보틱스가 훨씬 낮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이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과정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다. 2022년에도 자산과 수익을 합병비율에 반영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야당이 단독 과반 의석으로 입법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도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그룹의 재편이 올해 초부터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최근 외국계 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IR에서도 두산그룹 사례를 언급하며 밸류업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여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등 향후 사업 재편을 시도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국회 분위기에 따라 재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기업 승계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의 현 순환출자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 분할 또는 기업간 합병 등 거래가 예상되는데,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글로비스의 가치가 올라가고, 모비스의 가치가 눌려있는 상황을 유도해야 한다. 

    한화그룹도 장남 김동관 부회장(방산ㆍ에너지), 차남 김동원 사장(금융), 삼남 김동선 부사장(유통ㆍ기계) 등이 승계하는 과정에서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자산과 수익가치를 합병비율에 반영할 경우, 대주주가 본인에게 유리한 합병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는 등의 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상장사간 합병이 필요한 회사들은 법안이 실현되기 전에 빨리 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