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은 공급망안정화법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4.07.17 07:00
'요소수 사태' 이후 공급망안정화법 제정
中 의존도 높고 중요산업인 배터리 주목
정부 보증으로 싼 자금 조달 가능하지만
SK온 살리기 집중하는 SK에 수혜 집중?
기금으로 특정 기업에 특혜 시선도 부담
  •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공급망안정화법)이 6월27일 시행됐다. 공급망 위험을 예방하고 공급망 교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게 요지다. 2021년 ‘요소수 사태’ 이후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작년말 이 법이 제정됐다.

    시장은 공급망안정화법을 두고 이차전지 기업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있다. 정부는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 그 중에서도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순항(?)하는 반면 이차전지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 광물 의존도도 높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 시행 직전인 6월24일 음극재 생산업체 포스코퓨처엠을 방문해 이차전지 산업 지원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에서 대체 생산하려는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SK온이 이차전지 밸류체인 내 여러 기업 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설비를 늘려온 만큼 시장 침체에 따른 충격파도 크다. SK그룹은 전사적인 사업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그 핵심 중 하나가 SK온 살리기다. SK온이 부실화하면 SK그룹 전체를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

    정부 고위층에서도 SK온의 상황을 예의주시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은행의 국가 주력 사업 지원 역할론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SK온에 대한 자금 조달 성과나 계획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됐다. 공급망안정화법이 사실상 ‘SK온 지원법’으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정부는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을 선도사업자로 정해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오는 26일까지 기업들로부터 공급망 안정화 계획을 접수하고 다음달 중 선도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도사업자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이 지원되고 기타 우대 조치(세액 감면·금융 지원)도 우선 적용받을 수 있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은 하반기 중 최대 5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수출입은행이 관리·운용하며 주요 재원은 채권을 발행해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으로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 금리가 크게 낮고, 주선 수수료 등 각종 비용도 거의 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안정화법은 기본적으로는 원자재나 소재 분야 지원에 집중하는데 이 효과는 이차전지 생태계 전반에 미치게 된다. 배터리셀이 직접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SK온처럼 조달 가격과 비용까지 낮춰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SK그룹은 이차전지 밸류체인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나서 기업을 돕겠다는 것인데 법 도입 취지나 시장 상황을 봤을 때는 자연스레 SK온 지원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선도사업자 선정 기준에는 경제 안보와 관련성, 계획의 적정성, 재무여건 등이 포함되는데 SK온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곳은 나서기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이 중심을 잡고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점검해야 하는데, 역시 타 계열사와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는 터라 당장 기금을 주시할 여유가 많지 않다.

    SK온이 법 도입 후 반드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 기금은 '은행 안 은행' 같은 형태를 띤다. 세금이 재원은 아니지만 문제가 생기면 당장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신용도, 상환 가능성, 그룹 익스포저 등 통상의 여신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정 기업을 밀어주기 쉽지 않은 구조다.

    한 금융사 임원은 "기금의 재원은 정부 보증 채권으로 싸게 조달하지만 이를 활용할 때는 기존 여신 업무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SK를 특별히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특별히 SK만 지원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