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신용등급 방향성, 美대선과 부동산PF에 달렸다
입력 24.07.23 16:56
석유화학·건설·유통업, 제2금융권 신용도 큰 폭 하락
롯데·SK·신세계 신용도 하락, 현대차·HD현대 상승
"부동산PF, 여전히 가장 중요한 크레딧 리스크"
  • 올해 상반기에는 기업과 금융 부문 모두 큰 폭의 신용등급 하향 기조를 나타냈다. 석유화학과 건설, 유통,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용도가 크게 하락했다. 하반기에도 전반적으로 등급하락 압력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 중공업, 민자발전과 NPL 관련 업종의 등급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23일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산업별 전망'을 통해 올 상반기 장단기등급 및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경우는 39건으로 상향 조정(16건)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상하향배율(Up/Down Ratio)은 장기등급 기준 0.20배로 지난해(0.72배)보다 하락했다. 장단기등급 기준 상하향배율은 0.41배로 지난해(0.69배)보다 떨어졌다. 

    한신평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개시, 내수 회복 전망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상반기보다는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 시장금리가 이미 상당히 낮아진 점,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얼마나 가시적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기업부문의 하락기조는 석유화학, 건설, 유통 부문이 주도했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 석유화학, 이차전지, 건설 업종은 산업 전망은 '비우호적',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건설 산업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자급률 제고 정책으로 인해 산업 전망이 어둡고, 업황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올레핀 비중이 높은 업체에 대한 신용도 하향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와 내년이 업황의 저점일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유통 부문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로 국내 소비 개선의 폭과 속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양한 소비 채널과 쉬워진 가격 비교 등의 여파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유통 채널 간 경쟁이 더 격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그룹 계열사별 신용도 방향도 차별화됐다. 신용도 저하 업종 위주로 영위하는 롯데, SK, 신세계그룹의 신용도는 하향했고, 신용도 개선 업종에 집중된 현대차와 HD현대의 신용도는 상승했다.

    최근 계열사 합병과 자회사 이관 등 SK그룹 사업재편 혜택을 받은 SK온과 SK에코플랜트는 IPO에 성공해야 재무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SK그룹의 약한 고리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단기적으로 시간을 번 효과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경쟁력 제고와 실적개선을 통한 재무부담 통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금융부문의 신용도 또한 하향 기조를 보였다. 한신평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업종의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부동산PF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가장 중요한 크레딧 이슈라고 강조했다. 

    증권업은 부동산PF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사업 기반과 이익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특히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 구조 양극화가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며, 하반기 실적은 PF 자산 관련 추가 대손부담과 非부동산 영업기반, 주식 및 채권 운용역량에 따라 수익성 회복수준 상이할 것이라 전망했다.

    캐피탈은 엠캐피탈, 오케이캐피탈 등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업체를 중심으로 신용도 부담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충당금 적립 수준이 여전히 낮아, 향후 건전성 저하 여신 규모가 증가하면 추가 대손부담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중저신용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낮아진 점이 부정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이 5월 14일 발표한 'PF구조조정 및 사업성 재분류 지침'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대손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