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불패는 옛말…앵커PE, 실적 부진 이투스 매각 난항
입력 24.07.29 07:00
교육지대 매각, 단비교육 IPO 첩첩산중
실적 부진에 '제2의 파두' 우려까지
저출산에 당국 감시 이중고 불거지자
앵커PE 1호 펀드 LP자금 회수 지연
  •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가 10여년 전 투자한 이투스교육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매각에서 분할 매각 및 자회사 기업공개(IPO)로 선회해 투자금 일부라도 회수하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교육시장 전반의 침체와 맞물려, 사교육 플랫폼 기업들이 더 이상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영향이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앵커PE는 올해 상반기 추진했던 이투스교육의 유아 학습지 자회사 ‘단비교육’의 코스닥 상장을 철회하고,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적자가 예상된 데다 매출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까닭이다. 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잣대가 깐깐해지며 상장 강행이 쉽지 않아진 까닭이다. 

    단비교육의 2023년 연간 매출은 899억원, 순이익은 12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7%, 순이익은 51% 급감했다. 올해 순이익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 측도 발행사 및 주관사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상장예심을 청구했는데, 반 년이 넘도록 문턱을 넘지 못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당초 목표로 한 단비교육의 기업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다만 앵커PE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시장 반응에 따라 1000억원대까지 눈높이를 낮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만큼 ‘쪼개팔기’를 통한 이투스 투자금 회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앵커PE는 5개였던 이투스의 자회사를 구조조정해 단비교육과 교육지대 단 2개만 남겼다. 각 자회사는 남은 회사에 흡수합병되거나, 지분 매각을 통해 처리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투스의 기출문제 플랫폼(족보닷컴) 운영 자회사 '교육지대'의 경영권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 시장에서 원매자를 물색해왔다. 

    교육지대는 지난해 말까지, 단비교육은 올해 상반기까지 각각 거래를 완료하려고 했지만 전부 무산된 상황이다. 이투스를 투자한 1호 펀드는 2013년 6500억원 규모로 조성돼 10년 만기로 설립됐다. 지난해 만기를 맞아 이투스 포트폴리오를 이관하기 위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하려했지만, 최근 화장품 투자사 '더마펌'의 인수금융 웨이버(채무상환 유예)도 겨우 틀어막은 터라 쉽지 않았다. 결국 투자자(LP)들의 협의를 거쳐 펀드 기간을 최대 2년 연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투스 매각이 지속적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불패 신화'로 여겨졌던 사교육 기업들이 저출산과 정부 규제 등의 요인으로 성장성에 한계가 뚜렷해진 까닭이다.  

    이투스의 경쟁사이자 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취업부문 등 성인 교육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공무원 교육기업 '공단기'와의 인수합병(M&A)을 시도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당국은 지난해부터 사교육 업체들을 대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과장광고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주가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경쟁사 디지털대성의 경우 3년 전 대비 주가가 '반토막'난 상황이다. 비우호적 사업 환경과 업계 전반의 침체로 몇년 전까지 사교육 기업에 관심을 보이던 사모펀드 운용사(PEF)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 입장에선 최소 5년 후 매각해야 하는데, 저출산으로 인한 시장 축소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업계 1위 마저 주춤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유아용품, 학원, 교육 플랫폼 전부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