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연말 HBM3E 비중 60%"…하반기엔 엔비디아 뚫을까 예의주시
입력 24.07.31 12:33
2분기 영업이익 전기보다 58% 늘어난 10.4조 기록
HBM 수혜 드러나고 있지만 결국 관건은 엔비디아
3분기 중 AI향 HBM3E 승인 날때까지 예의주시 전망
  • 삼성전자가 2분기 시장 전망을 수조원 웃도는 성적을 내놨지만 투자가들의 관심은 여전히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쏠려 있다. 메모리 판매에서 HBM 비중을 늘리고 있으나 인공지능(AI) 시장에 활용되는 차세대 제품에선 경쟁사 독주가 여전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연말께 차세대 HBM3E 판매 비중이 60%에 달할 것이라 예고했다. 시장은 3분기 중 엔비디아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31일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74조683억원, 영업이익이 10조443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3%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58%나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14.1%로 두자릿수를 넘겼다. 최근 증권가가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렸음에도 여전히 눈높이를 수조원 웃도는 성적이다.

    호실적의 핵심은 반도체(DS) 부문이다. 모바일·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이 꺾이며 기기경험(DX) 부문에서 5조원 이상 매출 감소가 일어났지만 DS 부문 회복세가 이를 상쇄했다. 메모리 반도체 판매가 4조원 이상 늘어난 덕으로 풀이된다. DS 부문은 수익성은 가파르게 회복해 이번 분기 약 6조4500억원가량 이익을 냈다.  

    괄목할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가들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 공급 성적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역시 HBM 수혜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하나 둘 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분기 HBM3의 매출액은 1분기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고객사들이 AI 서버 투자를 지속 확대하며 고용량·저전력 D램, 낸드 등 범용 메모리 반도체도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을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마진율이 높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믹스가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날 투자가들은 HBM 사업 현황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공급한 HBM3는 AI 반도체 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까닭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 라인업 중 AI 서버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에는 아직까지 SK하이닉스 HBM3E가 탑재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도 HBM3를 공급하고 있지만, 전방 시장이 AI향이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결국 HBM3E 8단, 12단 등 차세대 제품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을 두고 뜬소문이 적지 않게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투자가들의 질문에 "HBM3E 8단 제품은 고객사 평가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단계다. 양산을 위한 램프업을 마쳤기 때문에 3분기 중 공급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HBM3E 12단 제품 역시 램프업을 마치고 복수 고객사 요청에 따라 하반기 공급에 나설 예정이라 밝혔다. 이어 HBM3E 매출 비중이 3분기 중 10%를 넘어서 4분기 60%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을 때 예상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보자면 엔비디아 승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잠재적으로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유지되는 셈이다.

    결국 하반기에도 엔비디아향 HBM 공급 여부가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 공급을 승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도 AI 칩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고민이 많은 만큼 SK하이닉스 외 삼성전자에도 기회를 줘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라며 "여전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정보가 우세하지만, 최근 드러난 애플의 탈엔비디아 전략 등 문제로 양자간 타협 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