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학원이 알짜 자회사 한양증권 매각 추진 소식을 알린 지 며칠 만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선다. 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한 원매자 중 하나인 KCGI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매각 절차가 불투명하게 진행된 점을 두고 특혜 논란에 대한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경쟁입찰의 이점을 져버린 채 KCGI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에 동의한 이사들의 배임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당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직면한 계열사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이 교육부의 눈치에 어려워진 만큼 활로를 찾아야할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양학원은 24일 한양증권 주식 매각과 관련해 교육부가 승인을 내자마자 사실상 입찰 제안서 수령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서를 제출한 원매자들은 매각 주관사 마저도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원매자는 한양학원 재단 사무국장에게 직접, 또다른 원매자는 부띠크 하우스의 중개를 통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딜로이트안진로부터 실사를 받긴 했으나, 매각 절차 자체에 대해선 전문기관의 조력을 받지 않았다.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 이후에도 한양증권에 인수 의향을 보인 곳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양학원 측에서 거절했다는 전언이다. 제안서를 일찍이 제출한 곳들도 매각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제안서 제출 이후 피드백이 오고가지 않아서다. 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메시지가 제안서 제출 이후 받은 유일한 공지였다고 한다.
한 투자운용업계 관계자는 "어떤 원매자는 한양증권에 관심을 갖고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는 한양학원 측 임직원을 찾아갔지만 '이미 KCGI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매각 절차가 수면 아래서 진행되면서 여러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KCGI에 대한 수의계약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경영난을 이유로 매각에 나서는 가운데 지분을 일부 남긴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능성이 거론됐다. 향후 해당 지분을 KCGI의 펀드에 넘긴 뒤 KCGI에 근무 중인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의 장남에게 콜옵션을 부여해 절세를 노린다는 이야기부터, 한양증권에 소속돼 있는 재단 친족관계자들에 대한 고용 보장 조건을 걸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찍부터 불공정한 거래라는 인식이 짙었던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추이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LF그룹과 KCGI가 써낸 희망 인수가 차이가 크진 않다. KCGI가 최종 인수자가 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불공정한 절차에 원성이 커지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며칠 미뤄질 가능성도 생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상태에서 특정 원매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은 분명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라며 "나머지 원매자들은 자본을 투입해놓곤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한 것이다. 여러사람 바보 만들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
입찰제안서 접수에 이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깜깜이'로 진행될 경우 이를 결정한 한양학원 이사들은 배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도 존재한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높은 매각가를 이끌어낼 기회를 포기해서다. 특혜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한양증권 지분 처분은 8명(불참 인원 제외) 이사의 전원 동의로 의결된 바 있다.
물론 배임은 그 혐의를 입증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매각할 원매자가 없는 탓에 어쩔 수 없이 특정 대상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원매자들이 써낸 가격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정도로, 지분 100% 기준 5700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경쟁을 붙이게 되면 이보다도 높은 가격에 매각해 필요한 재원을 더욱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 기회를 져버린다면 이사들의 배임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양학원은 사립교육재단으로서 일부 공공성을 띈다. 공익 목적으로 설립한 만큼 재산 매각 또한 교육부 승인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매각 이후 재원 활용에 대해서도 의문은 여전하다. 한양학원은 교육부 승인을 받기 위해 한양증권 지분 처분 사유에 대해 한양의료원 운영비 확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한양산업개발 유동성 확보가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서두른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부 측은 "한양학원의 한양증권 매각 대금은 수익용 학교 예금이나 법인 운영금 용도 외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라며 "이를 어기면 교육부 차원에서 제재가 나갈 것이다. 경미한 수준이라면 기관 경고이며 그 이상이면 최대 형사고발까지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양증권 매각을 앞두고 매도자인 한양학원 측에 법적 이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모펀드는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구문이고 가능은 하지만 공공성을 띄는 재단인 만큼 매각 자체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은 있다"라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KCGI가 대주주가 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격심사를 받게 된다. 통상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GP와 주요 출자자(LP)에 대한 트랙레코드 등을 살펴본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증권사 인수에 뛰어드는 것과 관련해 주주가치 제고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 적격 심사에 직접 관여하는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되기 전이어서 대주주 적격성 검토까지는 하지 않았다"라면서도 "해당 이슈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투명한 매각 과정에 특혜 의혹 불거진 한양증권 매각전
"사실상 KCGI가 주인?"…피드백 부재에 원매자들 '원성'
법조계 "경쟁입찰 없이 염가 매각하면 배임 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매각재원 활용방안 고민도…"산 넘어 산"
"사실상 KCGI가 주인?"…피드백 부재에 원매자들 '원성'
법조계 "경쟁입찰 없이 염가 매각하면 배임 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매각재원 활용방안 고민도…"산 넘어 산"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8월 01일 17: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