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다시 사요?'…매크로ㆍ지표 혼란에 신중해진 전망들
입력 24.08.08 07:00
2분기 깜짝실적에 9만원 넘보다 다시 '7만전자' 회귀
패닉셀 둔 사후 분석 제각각…시장 지표 두고 혼란多
경기 우려 외 美 대선부터 지정학 불안, 과잉투자까지
메모리 회복세 여전하나 전망치 두고 신중한 목소리
  • 지난 5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며 '10만전자'를 향해 나아가던 삼성전자 주가는 재차 7만원 대로 미끄러졌다. 최근 실적으로 드러난 업황 회복세를 감안하면 하락폭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 선거 혼란과 지정학 불안에 일본 통화정책의 엇박자까지 가세한 터라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6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1.54% 오른 7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 폭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5일 하루에만 10% 넘게 빠진 것에 비하면 반등폭이 시원찮다는 평가다. 장중 5.4%까지 반등폭을 키우기도 했지만, 이내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범용 메모리 수익성이 정상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아직까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많다. 증권가 전반이 전망치를 올려잡던 지난주와 정반대 상황이 됐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삼성전자 사업 자체보단 외부 시장 환경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역시 여러 시각들이 엇갈린다. 미국 경기 전망부터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무역조치·첨단산업 보조금 정책 변화, 중동지역 지정학 불안까지 변수가 많아 시장 지표 전반이 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주목받는 건 역시 미국과 일본 통화정책이 빚어낸 엇박자다. 연방준비제도(Fed)애 대한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올리며 엔 캐리 트레이드(값싼 엔화로 투자한 해외 자산) 청산 공포를 부추겼고, 연쇄 패닉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국내 모니터링 기관이나 헤지펀드, 외환 딜러 사이에선 엔 캐리 청산으로 인한 변동성 문제가 연초부터 불거지고 있었다"라며 "엔화가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때에 미국이 달러 가치를 낮추겠다고 하면 갑자기 청산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초 양국 환율이 160엔을 넘기면서 그 수치가 정점을 찍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양국 정치권과 중앙은행도 엔 캐리 자금의 청산 우려를 키우는 발언을 쏟아내왔다. 양국 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엔 캐리 자금의 주요 투자처이던 미국의 성장세까지 꺾일 수 있다는 신호가 동시에 주어진 셈이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미일 금리차가 줄어든 시점부터 엔 캐리 자금이 줄었어야 했는데,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니 엔화 환율이 미국 주가랑 연동돼서 움직이고 있었다"라며 "양국 금리차가 줄어도 미국 증시에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엔 캐리 자금이 유지되다가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한꺼번에 청산 공포를 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증에 비해 물증은 부족한 상황이나, 줄었어야 할 엔 캐리 자금들 상당수가 엔비디아를 위시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나스닥 등 미국 증시에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7월 말부터 거세지기 시작한 빅 테크들의 인공지능(AI) 과잉투자 우려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성장세 둔화 가능성 ▲트럼프 후보 당선 여부에 달린 무역갈등 심화·보조금 정책 등 변수가 켜켜이 쌓인 셈이다. 

    변수가 많은 만큼 각각의 분석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는 데다 시장 지표가 종전 상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데 대한 불안도 전해진다.

    외국계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처음에는 AI 칩 밸류체인에 너무 과도하게 부여된 멀티플만 빠지는 건가 했는데, 시중금리 인하로 득을 봐야 하는 섹터까지 투매가 이뤄져서 혼란이 크다"라며 "R(리세션;경기 침체)이 맞느냐를 두고 지표 분석에 대한 갑론을박도 심하고, 연준(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을 풀려고 금리를 내려도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구축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등, 전망도 엇갈린다"라고 전했다. 

    인텔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역대 최악의 흐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그간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첨단제조업 부활 기조 속에서 보조금·정책 대출에 힘 입어 재평가 바람을 타고 있었다.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등 AI 가속기 밸류체인에선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이었으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30% 이상 하락했다. 투자가들은 인텔 행보를 경기 침체 우려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미국 대선 후 달라질 정책에 대비한 행보로도 보인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자연히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럽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경기 침체 우려가 맞다고 해도 범용 반도체 업황은 계속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업계 전반이 설비투자를 줄인 데다 각 응용처 교체주기가 본격화해 내년 D램의 공급부족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방 빅 테크의 AI 과잉투자 우려 역시 과소투자로 인한 위협보단 적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업황 회복 강도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전일 낙폭은 과도하단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를 둘러싼 잡음은 물론 아직 완전하게 승인받지 못한 못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문제 등도 따져봐야 한다. 더군다나 트럼프 당선으로 보조금 정책이 바뀔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인텔보다 크게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신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팹(Fab)에 필요한 수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신제품 문제 외에 엔비디아가 칩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라도 삼성전자와 협력할 거란 시각이 늘고 있었는데 상황이 좀 더 복잡해졌다"라며 "엔비디아 칩 가격이나 전방 빅 테크 지불 능력, 미국의 대만 TSMC에 대한 관세, HBM에 집중된 메모리 캐파 운용 문제까지 다 따지자면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