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P5 수주 앞둔 에어프로덕츠코리아…매물 나오자 PEF들 줄섰다
입력 24.08.09 07:00
삼성전자 P5 공급사 지위 발판 삼아 지분 100% 매물로
몸값 핵심은 새 파이프라인…국내외 PEF 물밑작업 돌입
과거 에어퍼스트 낙방한 PEF들 전반 잠재 원매자 거론
입찰 과정 눈치게임 치열할 듯…SI 중에선 포스코 주목
  • 글로벌 산업용 가스 회사인 에어프로덕츠가 한국 자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한다. 삼성전자의 평택 5공장 공급사 '선정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적기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에어퍼스트(전 린데코리아) 거래에서 고배를 마신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벌써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선 포스코의 참전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로덕츠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지분 100% 매각에 나섰다. 시장에선 과거 유사 업종 거래를 기준으로 예상 몸값을 추정하고 있지만 매물 특성상 입찰 과정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할 거란 전망이 많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한국가스공업이 전신이다. 1999년 에어프로덕츠 자회사로 편입됐다. 사업 구조는 DIG에어가스(구 대성산업가스)나 에어퍼스트와 유사하지만, 20년 넘게 경영권 거래가 이어지지 않았던 만큼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정보에 일부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원매자들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수주 및 향후 증설에 따른 미래 수익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 평택 P5 산업용 가스 '수주전에서 앞서게 된 것이' 이번 거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현재 같은 지역 1공장(P1)의 공급도 맡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공사가 재개된 삼성전자의 평택 P5가 에어퍼스트가 아닌 에어프로덕츠코리아로 넘어가면서 몸값을 끌어올리기 좋은 상황이 됐다"라며 "통상 산업용 가스 업체를 매각할 땐 전방 업황보다는 향후 증설 일정에 따른 실적 전망치가 몸값 산정의 핵심 기준이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에어퍼스트의 소수지분(30%) 매각에 나섰을 당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27배 수준 몸값을 인정받았던 것도 장래 수주 계획 덕이 컸다. 산업용 가스와 같은 계약기반 사업의 경우 한 번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면 향후 실적과 성장성에 변동성이 적어 PEF들이 특히 선호하는 인프라자산으로 꼽힌다. 대부분 고객사 인근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토니지 방식)하기 때문에 여간해선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기도 어렵다.

    이미 국내외 다수 PEF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자 측에서 비밀유지약정(NDA)을 강하게 걸어둔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지나, 과거 유사 업종 거래에 이름을 올렸던 PEF 전반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에선 브룩필드, KKR, CVC캐피탈, 칼라일 등이 참전했었다. KKR은 과거 린데코리아 인수전에서 헛물을 켰던 만큼 이번 거래에 관심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유사 업종인 에어퍼스트와 DIG에어가스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IMM PE나 맥쿼리자산운용의 경우 이번 거래에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쟁 제한 관련 공정거래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탓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용 가스 산업에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KKR로 많이 이동했던 만큼 관심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산업용 가스처럼 조 단위 몸값에 하방이 단단한 산업도 잘 없는 시점인 데다, P5 수주로 성장 모멘텀도 확보했으니 국내 대형 PE에서도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P5가 업황 문제로 지난해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하는 등 불안한 점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4공장(P4)까지와는 달리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확보한 신규 파이프라인의 잠재 가치를 두고 매각자 측과 밀고 당기기가 치열해질 거란 전망도 있다.

    현재 잠재 원매자나 매각 측을 통해 2조원에서 5조원까지 폭넓게 몸값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매물 특성과 P5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장 일각의 우려를 감안하면 실제 몸값은 그 중간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규 파이프라인을 반영한 미래 실적을 기반으로 입찰 과정에 경쟁에 불이 붙으면 최대 4조원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도 있지만, 작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당시처럼 20배 이상의 멀티플(배수)을 매기긴 힘들 거란 시각도 있다. 바이아웃 사례가 없는 매물인 만큼 원매자들 역시 적정 몸값을 둔 눈치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P5가 업황 문제로 지난해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하는 등 불안한 점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4공장(P4)까지와는 달리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확보한 신규 파이프라인의 잠재 가치를 두고 매각자 측과 밀고 당기기가 치열해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찌감치 인수금융 주선사를 접촉하는 곳에서도 3조~4조원 수준에서 눈높이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 그룹사 등 전략적투자자(SI) 중에선 포스코가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그룹사 전반이 재무 불안을 겪고 있지만 포스코는 여력과 의지 모두 갖추고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글로벌 본사의 글로벌 수소 생태계 지위를 기반으로 국내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도 다수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추고 있어, 포스코 미래 신사업과도 접점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재 효성그룹에서 매각 중인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에서도 잠재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라며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비철강·친환경 신사업 영역을 확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침 포스코 내부적으로 삼성전자와의 사업 기회 확대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