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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베트남 투자 자산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베트남 자산들은 2022년 하반기부터 사실상의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실제 거래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사업조정(리밸런싱)의 큰 틀이 잡힌 상황에서 회수를 시도하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대 동남아시아 전략의 수정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은 SK그룹 동남아시아 확장 전략의 핵심이었지만 지난 수년간 현지 경제 상황이 주춤하며 기대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최종 회수 성적표도 만족스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 6월말 경영전략회의를 거친 후 본격적인 전략 실행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에코플랜트와 SK온 지원 작업이 발빠르게 진행 중이다. 비주력 계열사나 자산 매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베트남 자산들도 그 대상 중 하나다.
SK그룹은 2018년 SK동남아투자법인(SK South East Asia Investment)을 세워 베트남 식음료 1위 마산그룹(Masan Group),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Vin group) 등에 조단위 자금을 투입했다. 유통사 빈커머스(VinCommerce)와 크라운엑스(Crown X), 제약사 이멕스팜(Imexpharm) 등도 포트폴리오다.
마산그룹 지분 정리 작업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 SK그룹은 2018년 마산그룹에 투자하며 지분을 다시 그룹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확보했는데 최근 마산그룹과 풋옵션 행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빈그룹에 대해서도 풋옵션이 있는데 협상을 거쳐 내년까지 회수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멕스팜은 지난달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원매자 물색에 들어갔다. 마산그룹이나 빈그룹이 사실상 1년 이상 시장에 나와 있었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거래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외에 다른 베트남 자산들도 모두 정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자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정리하는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SK그룹과 막역한 IB들은 베트남 자산 등 잠재 매물 리스트를 들고 잠재 원매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대표는 "일부 IB는 베트남 투자 지분 등 다양한 잠재 매물 자료를 보여주며 원하는 자산을 고르면 SK그룹과 논의해 거래를 성사시켜 주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후한 회수 성적표를 받아 들지는 미지수다. 베트남이 세계 주요 거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글로벌 유동성도 풍부할 때 투자했던 자산들이라 진입 가격이 낮지 않다. 리밸런싱으로 안도를 찾아가고 있다지만 거래가 아쉬운 쪽은 아직도 원매자보다는 SK그룹이다.
핵심 투자처인 마산그룹이나 빈그룹은 2022년 이후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이어가고 있다. 풋옵션에 얼마간의 보장수익률이 붙어 있기도 하지만 금리 하강기에 한 투자라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앞선 순위의 공동 투자자들도 있기 때문에 SK그룹이 실제 챙기는 금액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른 PEF 대표는 "SK그룹이 대형 PEF들과 물밑에서 베트남 자산 거래 협의를 진행하고고 있다"며 "우리도 베트남 자산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소수지분 거래는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베트남 투자 자산 정리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군살 빼기'에 들어갔다. 그룹의 동남아시아 확장 전략에도 큰 폭의 수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베트남을 단순한 생산 기지나 투자처로 보지 않고 현지 파트너와 함께 긍정적 가치를 낼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썩 만족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아시아 내 베트남 시장의 매력도도 낮아지면서 그룹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평가다. 지분 매각 후에도 마산그룹·빈그룹과 협력을 이어간다지만 지분 관계가 있을 때보다는 얻을 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IB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M&A 시장은 인도와 일본, 한국 정도만 생기가 있고 홍콩·중국·베트남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SK그룹은 파트너 리스크가 크고 투명하지 않은 베트남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고 철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이후 베트남에 조단위 자금 투입
시장 좋을 때 투자했지만 점차 내리막길
시너지 크지 않고 투자 성적도 아쉬울 듯
마산·빈은 풋옵션, 다른 곳들은 개별 매각
"SK, 기대 줄어든 베트남 시장 철수 의미"
시장 좋을 때 투자했지만 점차 내리막길
시너지 크지 않고 투자 성적도 아쉬울 듯
마산·빈은 풋옵션, 다른 곳들은 개별 매각
"SK, 기대 줄어든 베트남 시장 철수 의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8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