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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모펀드(PEF)운용사 간 힘을 합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딜을 놓치지 않으려는 PEF들이 컨소시엄을 이뤄서라도 거래를 성사 시키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동시에 회수 성적을 만들기 위한 세컨더리 딜도 급증하는 추세다. 수익률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해도 거래 종결을 위해, 투자 레코드를 남기기 위해 거래를 해야 하는 PEF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빅딜 중 하나인 에코비트 인수전은 컨소시엄끼리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IMM컨소시엄(IMM 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 칼라일그룹, 거캐피탈파트너스,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가 예비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상태다.
현재 거캐피탈과 케펠이 본입찰에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금력이 핵심이니 양측이 힙을 합치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케펠인프라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싱가포르 테마섹이 최대주주인데,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지원도 거론된다.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바이아웃 딜에서 협력한 것은 현대 LNG해운 인수 당시 이후 10여년 만이다. 에코비트 건 접수 당시에도 막판까지 협력을 고민했던 분위기가 전해졌다. 거래 성사 확률을 높여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꾸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지분 100%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도 ‘힘을 합쳐서 가능했던’ 거래로 꼽힌다. IMM PE와 스틱이 각각 6500억원의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 현 시장에서 드문 조 단위 딜이다 보니 숏리스트 선정에도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경쟁이 불붙은 바다.
한 PEF 관계자는 “이전에는 PE들이 클럽딜을 꺼려했지만 최근에 인수 거래에서 혼자는 버거우니 컨소시엄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그나마 체급이 되는 곳들이나 가능하다”며 “M&A 시장이 워낙 더디게 회복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사이즈 있는 딜에는 ‘되는 곳’들은 뭉쳐서라도 딜을 하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매각 거래에서는 회수 성과를 위한 PEF 간 세컨더리 딜이 부쩍 늘었다. 공제회나 연기금 출자를 받기 위해 PE들이 투자 회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시장에선 마땅히 ‘받아 줄’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매각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아쉬워도 팔아야 하고, 인수하는 PE들 입장에선 마땅한 매물이 없지만 펀딩을 위해선 딜을 해야 하니 PE 포트폴리오를 떠 오는 상황이다. 현재도 한 대형 인프라전문 투자 운용사가 다른 인프라전문 투자사에 포트폴리오를 넘기는 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PEF 관계자는 “최근 SI들이 사이즈와 상관없이 해외 딜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국내 딜은 기업가치에 거품이 껴 있다고 보는 면이 있다”며 “대기업 사업은 PE가 단독으로 하기가 어렵고 SI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SI는 관심이 없고, 그렇다 보니 아예 PE 간 세컨더리가 아닌 이상 팔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VIG파트너스는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 보유지분 80% 중 20%를 약 2000억원에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했다. VIG는 올해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본격화했지만 진척이 더디자 5월 중 3000억원 인수금융 리캡으로 선회한 바 있다. VIG파트너스는 해당 소수지분 매각과 상관없이 프리드라이프 경영권 매각 작업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포트폴리오 기업인 음식품 처리업체 팜양주를 VIG파트너스 등에 매각하는 거래를 완료했다. 매각가는 1300억원 내외로 전해진다. 앞서 2021년 IMM인베가 VIG파트너스에 음식물 처리업체 팜아산을 매각한 바 있다. VIG파트너스는 팜아산 인수에 1000억원 중반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에는 VIG파트너스가 볼트온 차원에서 오송바이오를 인수했다.
바닥재 회사 녹수도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지난 4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우선주를 포함해 녹수의 지주회사인 모림 지분 65%다. TPG가 2017년 3600억원에 매입한 지분이다.
지난달 중순 IMM PE가 합성의약품 전문 CDMO 업체인 제뉴원사이언스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한 거래도 PE 간 거래다. IMM PE는 맥쿼리자산운용에 제뉴원사이언스 지분 100%를 넘겼다. 기업가치는 7500억원으로 책정됐다. IMM PE는 해당 매각을 통해 인수한 지 3년 반 만에 투자금의 2배를 회수했다.
올초 IMM PE가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탱크터미널 운영사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IMM PE의 해당 투자에는 IMM PE가 조성 중인 블라인드 펀드인 로즈골드 5호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IMM PE는 볼트온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에 비즈니스온을 매각한다. 지분 매각 규모는 총 2545억원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3800억원으로 평가됐다. 프랙시스가 2019년 비즈니스온을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는 2000억원대였다.
올해 손꼽히는 PEF 회수 딜로 꼽히는 지오영 거래도 PEF 간 세컨더리 딜로 진행됐다. 4월 MBK파트너스는 의약품 유통기업인 지오영을 블랙스톤으로부터 인수했다. 지오영의 기업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블랙스톤은 지오영 매각을 작년부터 추진해 왔는데 조 단위 거래라 인수 가능한 원매자가 얼마 없다는 평이 많았다. 이어 7월 초 MBK파트너스는 블랙스톤으로부터 약 3500억엔(3조75억원)에 일본 아리나민제약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바 있다.
올해 국내 대형 거래 최초로 등장한 '세금 보험'도 PE 간 거래가 성행하는 분위기에서 유래했다.
블랙스톤은 지오영을 매각하며 ‘세금 보험’을 들었는데, 혹시라도 과세당국이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면 한국 내 인수자가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에 보험으로 이런 변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최근 PE들끼리 시장 규모 유지를 위해 '주고받는' 거래들이 너무 많은데, 과거에는 PE 간 거래에서 인수 가격이 커진 것도 기업가치 증가로 인정해 줬지만 산업들이 한풀 꺾이면서 ‘바터거래’로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력 보충 위해 컨소시엄으로 참여…에코비트·효성
'덜 먹더라도' 팔아야 하고,'펀딩 위해' 사야하는 PE들
프리드라이프·지오영·비즈니스온 등 세컨더리 딜 성행
"높아진 기업 밸류 인정해야하나?" '바터거래' 회의론도
'덜 먹더라도' 팔아야 하고,'펀딩 위해' 사야하는 PE들
프리드라이프·지오영·비즈니스온 등 세컨더리 딜 성행
"높아진 기업 밸류 인정해야하나?" '바터거래' 회의론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8월 04일 07:00 게재